낙동강 수달이 설사를? 강, 정상이 아니다

[함께 사는 길] 이명박근혜의 死대강 ② 생태민주적 회복이 필요하다

"이게 실지렁이예요. 그냥 넣자마자 나오네요. 허 참."

'금강의 요정'으로 불리는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한심한 듯 헛기침을 해댔다. 물속에 손을 넣고 한 움큼 집어 든 퇴적토에서 대여섯 마리의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애벌레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 한 번에. 주변을 자세히 보니 물속 시커먼 퇴적토 위로 바늘구멍 같은 것이 수백 개, 아니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이 보인다. "이게 바로 실지렁이 구멍"이라고 김 기자가 설명한다. 실지렁이는 붉은깔따구애벌레와 함께 썩은 유기물이 쌓인 곳에 서식하는 생물로 환경부가 지정한 4급수 지표종이다.

세종보 상류 마리나 선착장을 찾은 건 지난 3월 12일 꽃샘추위가 잦아져 노란색 꽃봉오리가 영그는 햇볕 좋은 봄날이었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옷차림도 그러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리 강도 봄날을 맞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혀 있는 우리 강에게 봄은 아직 먼 얘기다. 이날 금강을 찾은 건 확인할 게 있어서다. 다음날 낙동강도 가봤다.

▲ 낙동강에서 발견된 붉은깔따구애벌레와 실지렁이. ⓒ정수근

지난 2월 12일 정부는 이전과 달리 4대강의 보 수위를 연중 낮춰 운영하겠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과정은 이렇다. 정부는 2년 전부터 녹조 번무기인 6, 7월에만 펄스 방류(일시적으로 수문을 개방해 물을 방류하는 것)로 수질 개선을 추진해 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에 국토부, 환경부, 농림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댐보 연계운영 중앙협의회'에서 지하수 제약수위(지하수 사용에 불편이 없는 수위)까지 며칠 동안 수위를 낮췄다가 다시 채우는 방식으로 보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4대강 16개 보의 수위는 4.2미터(m)~1미터가 낮아져, 평균 2.3미터가량 수위가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이번 정부 발표는 정부 스스로 4대강사업이 실패했다는 걸 시인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의 목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등을 제시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16개 보를 통해 8억 톤(t)의 물을 확보했다고 밝혀왔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따라 4대강사업의 목적은 사라졌다. 또한 보에 물을 가둬 두고서는 수질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국토부 등이 '4대강 실패'를 전혀 인정할 생각이 없다는 점에 있다.

물 빼자 드러난 거대한 '펄강'

정부는 2, 3월에 시범사업을 하고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금강, 낙동강에서는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4~5일 동안 시범적으로 보 수위를 낮춰서 운영했다. 3월 20일부터는 2차 시범사업도 잡혔다. 정부 계획에 숨겨진 의도는 없을까?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정부는 4대강사업을 두고 숱한 말장난과 꼼수로 일관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콘크리트 보에서 물이 새는 걸 '물 비침 현상'이라며 본질을 왜곡했다. 보 세굴 현상 등 크고 작은 사고는 '별일 아니다', '보완 공사 끝났다'는 식으로 발뺌해 왔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 발표에 의문을 갖는 건 당연하다.

금강에서는 3개 보(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중에 세종보만 수문을 열고 수위를 낮췄다. 김 기자는 당시 상황을 "악취 나는 거대한 펄밭"이라 표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략 700~800미터 물이 덮여 있던 공간이 가운데 100미터로 줄고, 좌우 양쪽으로 두꺼운 오니가 쌓인 거대한 펄층이 드러났다. 지난 7, 8년 동안 거의 매일 같이 금강에 다니고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막상 이렇게 많은 펄층이 쌓인 걸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강에서는 며칠 동안 씻어도 냄새가 잘 빠지는 않는 악취가 났다. 펄층에는 실지렁이, 붉은깔따구애벌레 천지였다. 펄에서 사는 조개들이 숱하게 죽어 나갔다고도 했다.

낙동강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체 8개 보 중에 중하류인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만 1.5~2.3미터까지 수위를 낮춰 시범 운영했다. 낙동강은 모래 강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모래가 있었지만, 물 빼고 난 뒤 낙동강은 '펄 강'이었다는 것이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처장의 말이다.

펄 층은 주변에서 유입된 유기물과 조류의 사체 등이 쌓인 결과물이다. 그 층이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안에서 혐기성분해가 일어나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메탄가스 등이 발생한다. 또한 지하수와의 소통을 차단시킬 만큼 단단해져 하천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 최근 수달 배설물에서도 이상 현상이 목격됐다. 김 기자는 "요즘 수달 배설물이 너무 묽은 것이 흡사 설사 같은 상태가 자주 보인다"며 "한 뼘 크기의 기생충이 함께 발견된다"고도 말했다. 이래저래 우리 강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4대강사업으로 시스템 변화, 백약이 무효

일상적으로 수문을 개방하는 것이 아닌 수위를 낮췄다 올렸다를 반복하면, 그나마 살아남은 어류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세종보 상류에는 길이 20미터, 폭 10미터가량의 어류 산란용 인공 수초섬을 만들어 놨는데, 물고기가 산란해도 수위가 낮아지고 나면 알들이 말라죽게 될 것이란 게 현장 증언이다. 물고기 이동 통로인 어도(魚道)보다 물이 낮아지면, 상·하류 단절을 더 깊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20일 국토부는 어도 개선 등에 638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애초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 때문에 국민의 혈세가 계속 투입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고도 우리 강의 상태가 개선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금강, 낙동강 현장을 갔을 때는 물을 다시 채운 지 1주일 정도 지난 때였다. 이전보다 수위를 낮춰서 운영하는 방식은 효과가 있었을까? 금강 세종보 상류에서는 강가 쪽으로 지난해 죽은 조류 사체들이 떠올라 물 위에 가득했다. 물빛은 간장 빛으로 4대강사업 이후 봐왔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낙동강 함안보와 달성보는 아직 온도가 높지 않은 이른 봄임에도 녹조 빛깔이 뚜렷했다. 이 상태대로라면 올해도 낙동강에서의 녹조라떼는 또다시 극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금강, 낙동강 상태를 보면 수위 저감 사업의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난 3월 17일 '4대강사업, 차기 정부의 과제와 방향' 토론회에서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박사는 "펄스 방류 등 보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수질을 개선시킬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보 자체가 녹조 번성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인 체류 시간을 증가시키는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이어 수위 저감 시범사업의 효과 없음에 대해 "유수생태계가 정수생태계로, 다시 말해 흐르는 강을 호수로 시스템을 바꿨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호수 생태계는 수질오염원이 들어 올 때 바닥으로 가라앉게 하지만, 수질이 좋을 때는 반대로 바닥에 쌓인 오염원이 녹아 나온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국토부도 결국 유속이 있어야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스스로도 수질 개선 등을 위해서는 상시 수문 개방이 답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4대강사업에 따른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환경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차기 정부에게 △ 4대강 후속 사업 중단, △ 4대강 상시 수문 개방 등 긴급조치 이행, △ 4대강사업 전면 재평가, △ 4대강 복원 계획 수립 및 실행, △ 제도 정비 등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 낙동강 함안보에 서리된 어도. ⓒ함께사는길(이성수)

생태민주적인 회복이 필요하다

사실 4대강사업으로 썩은 저수지로 변해 버린 우리 강을 살리는 길은 강이 지닌 고유성을 회복하는 방법뿐이다. 강은 위에서 아래로 막힘없이 흐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고유성이다. 또한 상·하류와 좌우 생태 축과도 연결되어야 한다. 이것만 이루어져도 극심한 녹조라떼도 어류 떼죽음 현상도 완화될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4대강 복원을 단지 강줄기만의 복원으로 국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4대강사업은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을 특정 권력자가 사익을 위해 휘둘러 강행한 사업이다. 어렵게 만들고 다듬어 온 법률과 제도를 편법과 탈법으로 일관해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역사와 문화재도 훼손됐다. 22조 원이 낭비됐고, 매년 유지관리비와 수공 이자와 원금 상환으로 수천억 원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4대강 후속 사업으로도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뒀음에도 '강 살리기'라는 기만으로 국민을 우롱했다. 4대강 비판을 금기시하다 못해 색깔론으로 대응했다. 건전한 사회 공론의 장을 사유화시켰다. 이는 대한민국을 총체적으로 망가지게 하고 후퇴시킨 것이 바로 4대강사업이었다는 걸 말해준다.

따라서 4대강 회복과 복원은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 훼손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이성과 상식의 회복 과정이어야 한다. 둘째, 생명의 가치를 바르게 세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셋째, 유역 복원 개념으로서 국토의 지속가능성을 정립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넷째, 폭넓은 국민 참여의 장이어야 한다. 다섯째, 4대강사업 책임자에 대한 역사적, 법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 여섯째, 4대강 16개 보 철거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4대강 회복 또는 복원 개념을 강줄기로만 국한시키면, 유역개념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참여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우리 강을 우리 모두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열정과 의지를 충분한 숙의 과정에 녹여 내는 것이 생태민주적인 우리 강 복원일 것이다. 4대강사업으로 국민 식수 불안이 가중되고, 생태계가 훼손되고,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4대강사업을 추진한 이들에게 역사적, 법적 책임을 당연히 물어야 한다. 이어 국민 식수 오염, 생태계 훼손, 주민 피해는 웬만한 재난피해 이상이므로 당장 4대강 수문 개방, 주민 생계 지원 등과 같이 국가 재난 지역에 준하는 긴급조치가 있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16개 보의 철거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강은 주위 토양의 특징을 담아서 흐른다'고 했다. 더러운 곳을 만나면 더러움을, 깨끗한 곳은 또 깨끗함을. 결국 강은 미래를 준비하는 현재 사람들의 의지를 담아 흐르는 것이 아닐까. 우리 강에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흐르게 하자. 그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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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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