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녀상' 트집잡던 일본, 주한 대사 귀임 조치…속내는?

5월 대선 앞두고 한국 대사 부재에 부담느낀 듯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이하 소녀상)를 이유로 본국인 일본으로 소환됐던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가 한국으로 돌아온다.

소녀상의 철거나 이전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일본 정부가 이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데에는 대선을 치르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공영방송 NHK를 비롯해 <지지통신> 등 일본 매체들은 3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지난 1월부터 임시 귀국한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부산 총영사를 내일인 4일 귀임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 1월 9일 부산 일본 총영사 앞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총영사를 귀국시킨 바 있다. 소녀상 설치가 지난 2015년 12월 28일 발표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일본의 이같은 조치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정부가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릴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반하지 않는 방향으로, 오해를 사지 않는 방향으로 하는(기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제 예양 및 관행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설치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우리가 (상대를) 설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지난 2월 14일 외교부는 총영사관 앞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해당 지자체인 부산 동구청과 부산광역시 등에 발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 동구청은 이에 협조하지 않았고 소녀상은 여전히 부산 총영사관 앞에 놓여 있다.

소녀상이 이전 또는 철거되지 않았음에도 대사와 총영사를 한국으로 다시 보내는 이유에 대해 기시다 외무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체포되면서 (한국에서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열릴 예정이다"라며 "정권 이행기에 있는 한국에 대한 정보 수집을 통해 차기 정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간 높은 수준의 긴밀한 정보 교환 및 한국 정부와 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시다 외무상은 "나가미네 대사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만나 위안부 동상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직접 합의 준수를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녀상이 이전이나 철거되지 않는다면 대사 및 총영사를 다시 일시 귀국시키는 것이냐는 질문에 기시다 외무상은 "가정적인 문제에 대답할 수 없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황 권한대행과 만나는 날짜가 확정됐느냐는 질문에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에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위안부 합의를 이어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기시다 외무상은 "(합의는)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이라며 "일본과 한국 양국이 국제 사회 앞에서 밝힌 합의이자 국제 사회에 대한 책무이기도 하다. 양국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들의 귀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 당국자는 "나가미네 대사 귀임을 계기로 한일 양국 간 소통이 보다 긴밀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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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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