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한국 정부 및 사회 일각에서는 현재 한중 양국 사이의 최대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이로 인한 중국의 대(對)한국 제재 등의 문제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대가 실현될 수 있을지를 판단해보려면 미중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어떤 사안을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어떻게 논의할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대략 다음과 같은 4가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정치 분야다. 이 부분에서는 미중 양국의 공동 이익 확대와 관련된 사안을 비롯해 양국 사이의 "다른 점" 등과 관련, 관리 및 운영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두 번째로 양국의 경제 및 무역 분야다. 양국은 상호 최대 경제 파트너인데, 이와 관련된 사안을 비롯해 양국 경제의 상호 보완 및 식품과 건강 분야 등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세 번째로 양국의 인적 및 인문교류 분야와 관련해 제반 인적 교류 권장 및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대국으로서의 국제 책임 분야로, 이 부분에서는 양국 관계 외에 세계 경제 문제, 기후변화 문제, 테러 문제 및 지역 위기 등과 같은 글로벌적인 현안 등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4대 핵심 분야 가운데 3대 분야가 미중 양국 사이의 문제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이번 회담이 비록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G1 미국과 G2 중국 사이의 회담이긴 하지만, 양국은 "일단 우리부터 잘해 보자", "우선 먼저 우리부터 살고 보자"는 식으로 양자 문제에 집중한 회담을 진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사회의 대형 이슈도 결국은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국제사회의 냉정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회담인 것이다.
이와 함께 미중 양국 사이에는 풀기 어려운 현안이 적지 않다는 점과 개성이 강한 두 지도자의 첫 만남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회담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회담과 관련해 중국은 오히려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분위기의 회담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무척 힘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미중 양국 지도자가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양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불안감을 가져다주는 것 보다는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최대한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도다.
이와 같은 상황 등을 종합할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사드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 정부 및 사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문제를 중국 측에 적극 제기하면서 제재 조치 철회 등도 요구해 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중 양국에 있어 사드 문제는 중요한 사안도 아닐뿐더러 우호적인 회담 분위기 연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엄청난 기대에 부응하여 예정에 없이 사드 문제를 전격(!) 언급하고 나설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난 3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방중하여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조율할 때도 "트럼프의 돌발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인 발언을 하더라도 미중 양국은 크게 개의치 않고 우호적인 회담 분위기를 위해 상호 노력하기로 말이다.
이에 트럼프가 예정에 없던 사드 이슈를 언급한다고 해도 중요한 한 가지는 바뀌지 않는다. 다름 아닌, 한국에게는 중요한 국가안보 이슈인 사드 문제가 미중 양국에게는 그 비중이 매우 낮은, 미미하고 지엽적인 사안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여전히 국가 안보를 타국에 의지하려 하고 있다.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루살이가 큰 나무를 흔들려 한다!"
단재 신채호의 <을지문덕전> 에 나오는 글이다. 단재는 을지문덕 장군에 대해 "땅의 넓이는 그 십분지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인구는 그 백분지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구려가 저 수나라를 대적했다. (중략) 온갖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을지공은 홀로 의연히 그러한 비판을 못 들은 척하고 적국에 대항했다"고 기술하며 장군이야말로 현재의 우리가 떠올려야 할 "민족자존의 표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현재 '적확한 지략'과 '담대한 기개' 등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더 늦기 전에 21세기에 생존과 번영을 우리 스스로 다져나가야 한다. 언제까지 허망한 기대 속에 외세에게 우리의 국가 안보를 의지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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