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북 독자행동"…시진핑 압박 본격화

"중국 협조 없이 북한 문제 다룰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을 없애는데 중국이 적극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종의 '기싸움'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우리를 도와서 북한 문제를 해결할지 말지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중국이 우리를 돕는다면 중국에게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것을 대가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이른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식의 협상을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다. 이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 없이 일대일로 북한 문제를 다룰 것이냐는 질문에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완전히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등 이전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를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경우 북한과 거래를 하는 중국의 기업 및 개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신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가 "트럼프는 중국에게 '다음 단계는 세컨더리 제재 시작'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그들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및 개인을 제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이 중국의 기업과 개인들에게까지 제재를 하기 전에, 중국이 알아서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 보다는 중국과 무역 분야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일종의 기선 제압용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 적자 및 중국의 환율 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고리로 무역 분야 협상에서 중국을 압박, 오는 6일(미국 현지 시각)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기조 하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과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외교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그(시진핑)와 중국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양국 모두를 위해 매우 극적이고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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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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