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사드 배치가 미국의 '北 선제타격' 징후라면?

[최성흠의 문화로 읽는 중국 정치] 사드 갈등과 두가지 '음모론'

사드(THAAD) 배치로 인해 요즘 한중관계가 매우 껄끄럽다.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는 그 기능상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성능 레이더 시스템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중국의 시각이다. 나아가 한·미·일이 통합된 미사일 방어시스템(MD)을 구축하는 것은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을 심각하게 손상하여 중국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이 중국의 논리다.

중국의 그러한 주장은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갈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한·미·일 공조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드 배치에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강력하게 보복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는 그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국에서 암암리에 조장되고 있는 반한 감정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그렇고, 관방의 주장은 아니지만 성주를 정밀타격 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는 것도 과도해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국 관광 금지라는 공식적인 조치가 취해지면서 중국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아하게 만든다.

중국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사드 배치의 명분을 제공한 북한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하거나 UN의 대북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더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대북 제재를 철저히 이행한다는 것은 동맹국인 북한과 단교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 북한은 그렇게 중국에게 있어서 버리기에는 아깝고, 갖고 있자니 골치 아픈 존재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미국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왜냐하면 그 무기는 미국의 것이고, 미국이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중국은 미국과 이 문제에 대해서 실질적인 협상을 하지 않고, 한국에 대해서만 과도한 보복 조치를 하는 것일까?

▲ 3월 19일, 미국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오른쪽)이 중국을 방문하여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남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이 글에서는 황교안 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을 때 사드를 곧 배치할 것이라는 언질을 미리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이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했을 것이라는 분석 등 기존에 나와 있는 합리적인 분석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두 개의 극단적인 음모론을 상정하고 그 음모론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 보려는 것이다. 첫번째 음모론은 "미국은 북한의 핵시설과 유도탄 발사시설을 정밀 타격하기로 결정했고 그 시기를 사드 배치 이후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혹은 중국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음모론의 기초는 미국의 생존과 관련한 핵심적 이익에서 출발한다. 미국에게 있어 미국 본토를 공격받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없다. 북한이 그러한 능력을 보유할 시기가 임박했다고 느끼면 미국은 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절대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뜬금없는 발언, 개성공단 철수, 급작스런 사드 배치 결정 등 일련의 사태는 이 음모론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골칫거리이기는 하지만 유일한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한중 관계는 이 상황에서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 체제가 붕괴하면 그를 대체할 김정남의 경호를 느슨하게 함으로써 지금 당장은 북한의 존속이 중요하다는 신호를 보냈다고도 할 수 있다. 비약이긴 하지만 공격이 임박했다고 느끼고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한국 관광을 금지시켰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단지, 한국의 대통령이 궐위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이 자의적으로 작전을 진행하기는 어려우며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이 작전에 동의할지도 미지수라는 것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그런데 중국 입장에서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대북 정밀 타격을 절대적으로 반대할 필요가 없는 측면도 있다. 북중우호조약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외부의 공격이 발생하면 즉각 개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중국의 병력이 북한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다. 미국은 정밀 타격을 통해 핵시설과 유도탄 발사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지 북한을 점령하는 것은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그 작전을 계기로 한국군이 북진하여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더 걱정할지도 모른다.

언론에서 가끔 등장하는 김정은 참수작전이 성공하거나 혹은 심각한 타격을 주어 북한의 지도부가 와해되면 중국군이 북한을 통제하고 친중국 정부를 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는 북한을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럼 북한에는 중국군이 주둔하고, 한국에는 미군이 주둔하여 다시 일정 정도 안정과 균형을 이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이라는 것을 분쇄할 수 있다면 미국도 그 정도는 중국에 양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두번째 음모론은 시진핑 주석이 장기 집권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즉 중국의 서진정책을 성공리에 수행하고, 위대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시진핑의 꿈이라면 앞으로 남은 5년은 부족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년 말에 열리는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의 측근들이 중앙위원회와 정치국, 그리고 상무위원회에 대거 포진해야 한다. 그러한 작업은 이미 시진핑이 그동안 추진해온 중국식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강력한 권력을 확립했으므로 크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향후 5년 후에 지금까지의 관례를 무시하고 최고권력자의 지위를 연장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정치적으로 자신의 지지 세력을 확보했다고 해도 중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에서 군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군민융합(軍民融合)이라는 말이 최근에 자주 거론된다. 그 의미는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같은 기업을 만들어 국방산업과 민간경제를 상호 연계하여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2012년부터 추진된 정책이긴 하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금년 1월 22일에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를 설립하고, 시진핑이 이를 관장하기로 했다. 앞으로 군부에 상당히 많은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예산이 배정될 으로 보여 군부에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은 자명해 보인다. 군부는 이러한 시진핑의 정책에 분명 동의할 것이다.

국방예산의 증액을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동북아 지역에서 긴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긴장이 없다면 어느 정도 긴장을 조장할 필요성도 있다. 이 음모론을 근거로 중국의 한국에 대한 과도한 보복 조치를 설명할 수 있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고, 한·미·일 공조로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바탕으로 군민융합분야에 재정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제기한 두 개의 음모론은 현실적 적실성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고자 할 때, 혹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약간의 미래라도 예측하고자 할 때, 조금은 극단적은 가설을 세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 가설이 지금까지 일어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에 대비하는 것도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위에 제기한 두 개의 음모론은 중국의 전통적인 외교방식을 근거로 생각해 본 것이다. 첫 번째 가설은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이고, 두 번째 가설은 이이제화(以夷制華), 즉 외부의 힘을 빌어 내부를 다스린다는 전통적인 정치술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중국의 전술은 종국에 거의 실패로 돌아갔지만, 끊임없이 시도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관점에서 다시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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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중국 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대륙연구소, 북방권교류협의회, 한림대학교 학술원 등에서 연구원을 역임했다. 중국의 관료 체제에 관한 연구로 국립대만사범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중국의 정치 문화에 대한 연구로 건국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 권으로 읽는 유교> 등의 번역서와 <중국 인민의 근대성 비판> 등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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