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교수(전 국가미래연구원장)는 이날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 등 문재인 캠프 영입 인사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법 질서를 세우는 것은 당연하고, 규제를 푸는 것은 우리 경제가 동태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세금 문제는 재정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지난 15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줄푸세'를 주장하며 경제 민주화에는 별로 찬동도 안 했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는데, 김광두 교수가 이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두 사람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각각 '경제 민주화'와 '줄푸세' 정책을 담당했었다.
김광두 교수는 "경제 민주화를 얘기하시는 분이 규제를 풀면 재벌이 멋대로 다 할까 봐 염려하는데, 일반적인 규제를 풀자는 것이지, 특정 목적 규제, 예를 들어 환경오염 규제나 보통 사람의 건강을 제한하는 규제나 개인 비밀 보호 규제는 놔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득권이 뒷받침하는 규제는 본인의 노력 없이 쉽게 지대를 벌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그런 규제를 푸는 것이 오히려 경제 민주화"라고 주장했다.
세금을 줄이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줄푸세를 얘기한 건 2007년인데 당시에는 우리 법인세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높은 수준이었고, 세계화를 하자는 시기였기 때문에 세금을 낮춰서 기업들이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것이었다"면서 "세금 문제는 재정 상황에 따라 얼마든 바뀔 수 있다. 복지 수요가 늘어나고 고령화가 전개되면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그런 경우에는 세금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두 교수는 "경제 민주화는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요소, 복지와 분배의 요소 등을 전체적으로 합한 개념"이라며 "그 가운데 재벌 문제 하나만 가지고 경제 민주화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재벌 개혁'을 골자로 하는 김종인 전 대표의 경제 민주화 개념에 반론을 제기했다.
다만, 이 자리에 있던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는 "2007년 그때는 저희들은 줄푸세를 비판했다"면서 김광두 교수와는 선을 그었다.
경제개혁연대 전 소장이었던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 민주화 공약은 박근혜 후보만의 것도 아니고, 김종인 박사만의 것도 아니다. 그 내용 대부분은 경제개혁연대의 것이었다. 경제 민주화는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시대적 흐름이었다"고 주장했다.
김광두 교수는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 우리 사회에 불공정으로 얽혀 있는 기득권 질서가 바뀌어야 한다. 누가 바꿀 수 있겠나?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보수 세력은 책임 지고 이번에 또 집권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멀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 소통을 못하시는 것 같다고 조언 드렸더니, 견해 차이가 생겨서 조금씩 서로 멀어진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상조 교수는 "제 표현에 의하면 이미 2012년에 김광두 교수는 팽당했다"고 농담식으로 거들기도 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를 도왔던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는 이번에는 문재인 전 대표를 돕는 이유에 대해 "2012년에는 '안철수 현상'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시대정신이라는 게 고정된 건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은 적폐 청산"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보수 경제학자인 김광두 교수, 진보 경제학자인 김상조 교수, 개혁적 사회학자인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는 전날인 15일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세 사람은 문재인 캠프의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에서 각각 위원장, 경제 분과 부위원장, 사회 분과 부위원장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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