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엘시티 비리 밝혀낼 의지 있었던 것일까'

허 전 시장 영장, 진술에만 의존한 고작 수천만 원에 머문 예고된 '기각'

'말말말' 뿐인 특혜, 절차상 하자 한 건도 밝혀내지 못해


담당 공무원 시의원 등 허가선상 당사자 소환 전무

부산지검의 엘시티게이트 수사가 방점을 찍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혜 의혹의 꼭짓점에 있던 허남식 전 부산시장은 범죄 소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유유히 구치소를 걸어나가고 소위 특혜 허가가 진행됐다는 과정에서 입건된 시나 관할 구 공무원은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시의회 결의과정에서도 그 같이 엄청난 특혜가 어떻게 통과될 수 있었는지 의혹만 무성한 채 관련 시의원은 단 한 명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왕해진 부산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허 전 시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살펴보면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왕 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대한 범죄혐의의 소명 정도 및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보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지난달 27일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KNN 뉴스화면 캡처

몇조 원의 특혜 의혹 사업이 수천만 원 로비 의혹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기각되는 해프닝을 빚어낸 것이다.

뇌물이 실제로 건네갔다면 '수천만 원 정도'라고 믿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보통 이같은 대규모 비리의 경우 실무자나 담당자가 먼저 구속돼 실제 특혜가 어떻게 비리와 연결됐는지 몸통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수순이다.

그러나 이번 부산지검의 수사는 성급하게 윗선부터 정황만 가지고 수사를 벌여 진술에 의존한 겨우 수천만 원 정도에 불과한 뇌물을 밝혀내는데 머무르고 있다.

절차적으로 잘못을 찾아내 근본적인 특혜를 밝혀내지는 못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이유다.

따라서 특혜의 꼭짓점이었던 허남식 전 시장의 영장기각은 검찰의 겉핥기식 수사가 불러온 예정된 상황이라는 분석을 낳게 하고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뇌물죄 소명 부족을 의식한 듯 함바 비리까지 엮는 다급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 역시 몸통을 비껴간 이삭줍기로 요행을 바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이번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영복 회장이 건립한 해운대의 한 초대형 룸살롱에서 접대비만 무려 수십억 원이 나왔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에만 수십억 원이라면 엘시티게이트가 진행된 십여 년의 기간으로 따지면 수백억 원에 달한다.

검찰은 그러나 여기에 대한 수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의 한 유력 신문사 기자도 이 회장이 구속되기 직전, 수십여 차례에 걸쳐 억대의 향응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여기에도 전혀 손대지 않았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지역적 구명 활동이 놀라울 정도라고 평한 바 있다.

허 전 시장에 대한 허술한 수사는 지난달 20일 이뤄진 검찰 소환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허 전 시장은 지난달 20일 검찰에 불려와 1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으나 강경하게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허 전 시장의 자백을 이끌 만큼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허 전 시장을 향한 수사가 '솜방망이' 수준이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엘시티가 세간의 시선처럼 엄청난 특혜로 탄생한 비리라면 허가선상에 관련됐던 구와 시 공무원들은 물론 시·구의원 모두 조사대상이었어야 했다. 또 잘못된 절차가 어떻게 시·구의회는 물론 중앙부처까지 통과됐었는지도 철저하게 밝혀졌어야 했다.

더욱이 여기에 마치 엘시티가 부산경제를 견인할 구원 투수였던 것 처럼 앞다퉈 부르짖었던 언론들에 대해서는 왜 조사를 하지 않았는지 시민들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성주 부산 시민참여연대 공동대표는 "허남식 전 시장이 엘시티게이트의 제일 몸통인데 구속이 안 돼서 너무 유감"이라며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보강수사를 통해 허 전 시장의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검찰은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추가 보강수사나 영장 재청구 여부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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