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빛 1300조 시대...'폭탄'을 안고 산다

제2금융권 대출 급속히 늘어나...가계 빚 총체적 난국

가계부채 공식 통계가 사상 처음으로 1300조 원을 돌파했다. 은행 대출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제2금융권 부채가 급증했다.

21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이 지난해 3분기 말보다 47조7000억 원(3.7%) 늘어난 1344조3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사상 최대치다. 가계부채를 올해 추계인구(5144만6000명)로 나누면, 국민 1인당 평균 부채 규모가 2613만 원에 달한다.

지난 한 해 전체 증가액은 141조2000억 원이었다. 이 역시 2015년 117조8000억 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 규모다.

가계부채 공식통계가 1300조 원을 넘어섰다고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금융권은 지난해 말부터 가계부채 1300조 원 시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은 각각 1271조6000억 원, 72조7000억 원이었다. 가계대출은 가계가 금융기관에 빌린 돈이며, 판매신용은 신용카드 등의 이용액이다. 가계신용(가계부채)은 둘의 합이다.

특히 4분기 대출 증가 원인을 보면,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 대출이 크게 증가해 우려가 커졌다.

4분기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3조5000억 원으로 3분기 17조2000억 원보다 증가분이 3조7000억 원 줄어들었다. 반면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3분기 11조1000억 원에서 4분기 13조5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보험, 자산유동화회사 등 기타금융기관 대출은 3분기 8조7000억 원에서 4분기 15조9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대출금리 상승, 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증가규모가 줄어들었다"고 예금은행 대출 규모 증가폭이 축소된 이유를 밝혔다.

은행 대출 상승세는 줄어들었으나, 금리가 더 높은 비은행 대출이 늘어나 가계부채 상승세를 이어온 셈이다. 이는 앞으로 가계의 금리 부담이 더 커짐을 뜻한다.

▲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 ⓒ한국은행

지난해 이처럼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부동산 부양 정책이 대출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가계부채와 관련한 경고음이 쏟아지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대출 규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규제가 은행에 집중되자,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와 같은 추세는 올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비은행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정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제2금융권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요 정책 대응점으로 공언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조여 가계의 추가 부실을 막겠다는 의도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21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2금융권 가계대출 간담회'에서 "제2금융권의 지나친 가계대출 확장은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리스크가 전이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는 제2금융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소비를 줄일 수 없는 가계는 결국 빚을 내 빚을 막는 악순환에 빠질 공산이 크다. 지난 20일 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이 통계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상환액은 가처분소득의 40%를 초과한 한계가구가 182만 가구에 달했다.

가계부채가 이토록 커짐에 따라 앞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금융권에서는 현 추세대로면 올해 말 가계부채 규모가 1500조 원대에 달하리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가계부채 세미나'에서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올해 말 가계부채 규모가 최대 1540조 원에 달하리라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올해 가계소비는 종전보다 0.63%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 부담이 커짐에 따라, 가계가 소비를 더 줄이는 극도의 긴축 경제 체제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 부진으로 인한 악순환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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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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