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과거 봉건적 신분제‧카스트제도‧아파르트헤이트‧1960년대 이전 미국의 흑인에 대한 정책처럼 사회제도적인 측면에서 기인하고, 한때 법률이나 규정에 의해 합리화되기도 했다. 또 블랙리스트처럼 정치적 이념은 물론, 지역‧인종‧문화 장애 등에 대한 편견을 기초로 권력을 가진 또는 다수에 의해서도 차별은 발생하고 고착화한다.
차별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ILO의 고용 및 직업에 있어서의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따르면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국가정책은 차별받고 소외된 계층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수립‧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존하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취약하고 소외된 특정 사람들이나 집단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을 잠정적으로 우대하거나 이를 가능케 하는 법을 제‧개정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다른 이들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어서는 아니 된다.
정치적으로 우파 이념을 갖고 친정부적인 활동을 하는 문화예술인, 시민단체에 대한 차별이 현존하고 있었을까?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사람들은 이들에 대한 우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믿었을까? 반대편에 선 개인과 단체들은 정부지원에서 배제된 것을 차별이라고 인식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그래서 그 '선한 의지'를 시행하는데 방해가 되는 '나쁜 사람'들을 강제로 공직에서 내쫓아야 했을까?
차별의 원인이 되는 '이념적 편견'을 기반으로 '불법'을 자행하면서 '부당한' 평등 정책을 '밀실'에서 시행한 것이다.
일명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만연한 부패 관행을 개선하고자 제정되었다. 부패 관행은 '평등기회'를 박탈하는 매우 심각한 요인이다. 쉽게 말해, 이 법은 뇌물과 청탁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타인의 평등 기회 박탈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다. 그래서 차별 해소를 위한 평등 정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각종 편견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뇌물과 부패관행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장애인‧이주노동자‧비정규직은 물론, 중소기업‧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이 헌법상 권리인 노동3권과 임금‧복리후생‧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정부정책 수혜 등을 차별 없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뇌물과 부패 관행을 개선하고 공정경쟁 관행을 정립해 가치사슬 내 공급망의 인권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금지와 평등기회 보장을 포함해 국가적 차원에서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을 증진시키기 위한 로드맵을 준비 중에 있다. 2016년에는 이를 위한 기초연구를 진행하였다. 기초연구에 따르면 로드맵은 핵심 이슈를 추진방향과 전략별로 분류하여 75개의 구체적인 행동목표로 구성되었다. 행동목표는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 인권경영 주요 주체들의 역할 및 주체 간 협력방안은 물론 전체적인 맥락에서 국내 실태와 시급성 등을 감안해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SDGs, Agenda2030) 기간과 연계해 달성시기도 제시하고 있다.
로드맵이 기업과 인권 관련 국제동향과 국내 법‧제도 및 정책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고 국내 현실을 반영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요 주체들이 현재 추진 중인 '기업과 인권 국가정책 기본계획' 수립과 연계해 관심을 갖고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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