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동생 미얀마 진출, UN이 특혜 준 의혹"

정의당 이정미 의원 의혹 제기…潘 측 "허위사실...법적 대응 하겠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둘째 동생 반기호(63) 씨가 과거 미얀마 등지에서 사업을 하며 반 전 사무총장의 '후방 지원'으로 특혜 및 이권을 누렸다는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친인척 비리 의혹에 대한 정치권의 '검증'이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 측은 해당 의혹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17일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호 씨가 보성파워텍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1월 21일, 미얀마 정부 관계자가 진행한 사업 회의에 유엔 대표단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가 참석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성파워텍의 미얀마 진출에 반기호 씨와 '유엔'의 부적절한 '조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미얀마 현지 기사 내용과 미얀마 정부 계정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민간 사업자가 추진하는 사업에 유엔 대표단이 관여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스럽다. 유엔 대표단이 거기에 왜 있었는지, 참석한 사람이 누군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기호 씨는 앞서 KD파워 사장, 보성파워텍 상근 부회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9월 돌연 사퇴한 바 있다. 이는 반 전 사무총장의 대권 행보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았다. '반 전 총장이 곤란해질 만한 일이 있어 '선제 사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정치권 안에서 파다하게 돌았다. 현재 반기호 씨는 에스와이패널이란 기업에 부회장으로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유엔 전문 탐사보도 매체인 <이너 시티 프레스>의 매튜 러셀 리(Matthew Russell Lee) 기자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한 인터뷰에서 "미얀마 정부(산업부) 웹사이트에서 반기호가 유엔 대표단의 일원이라고 했고, 반기호는 미얀마에서 사업을 했다"며 "이것은 명백한 이해 관계의 충돌"이라고 주장했다. 반기호 씨가 유엔 대표단에 '속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반 씨는 유엔 직함도 없으면서 유엔을 사칭한 것이 된다.

리 기자는 "유엔 사무총장의 남동생이 유엔 대표단에 속해 있다는데, 미얀마 정부 측에서는 과거의 군부(독재) 및 현재 로힝야 난민 등의 문제로 인해 유엔으로부터 오랜 기간 비판받아 온 상황에서 당연히 수주를 허락해주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소수 민족 탄압으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 등을 받고 있던 미얀마에서, 자신의 형이 사무총장으로 있는 유엔의 영향력을 지렛대로 각종 사업을 진척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 측은 이날 해명 자료를 배포해 "반기호 씨가 UN 직원 직함을 사용한 적이 전혀 없고 반기호 씨는 광산 사업과 관계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법적 조치까지 시사했다.

리 기자와 이정미 의원에 따르면 현재 미얀마 정부 홈페이지에 관련 게시글은 삭제돼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미얀마 페이스북 계정에는 반기호 씨와 미얀마 정부 관계자, 유엔 인사로 보이는 관계자가 함께 찍힌 사진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 이정미 의원이 17일 공개한 미얀마 정부 페이스북 게시글 중 하나. 제목에 'BYUANG INDUSTRIAL Co., Ltd., Recycle Engineering Co., Ltd. Untied Nations 라고 적혀 있다. 게시글 아래 사진에서 반기호 씨는 왼쪽에서 두 번째에 앉아 있다.

▲ 아래 문서 사진은 반기호 씨가 사장으로 있던 KD파워가 유엔에 2012년 9월 18일 보낸 글로벌컴팩트 가입 신청서. 반기호 씨가 반기문 전 사무총장에게 보낸 문서다.


반기호 씨가 사장으로 있던 에너지 기업 KD파워가 2012년 9월 21일 '유엔 글로벌컴팩트'에 가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유엔 글로벌컴팩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7년 설립된 기업 모임이다. 이곳에 가입하면 유엔의 조달 시장 정보를 제공받고, 비즈니스 지도자 포럼에도 초청되는 등의 혜택이 생긴다.

KD파워는 지난 2012년 9월 18일 이 유엔 글로벌컴팩트에 가입하겠다는 신청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신청서의 발신자는 반기호 씨고 수신자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다. 이정미 의원은 KD파워의 이 같은 유엔 글로벌컴팩트에 가입은 미얀마 사업 진출의 디딤돌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반 전 사무총장은 KD파워가 미얀마 태양광 사업에 본격 진출한 2012년 미얀마를 공식 방문해, 군부 통치와 소수 종족 인권 탄압 등으로 취해진 국제 사회의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풀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었다.

KD파워는 2015년 유엔 글로벌컴팩트에서 제명됐다.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에 관한 10대 원칙을 실현했다는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이같은 모든 의혹 제기가 '허위 사실'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반 전 총장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반기문 동생, UN 대표단 직함달고 미야마 사업' 기사는 사실무근"이라며 "첫째, 반기호 씨가 UN 직원직함을 사용한 적이 전혀 없다. 둘째, 반기호 씨는 광산사업과 관계가 없다. 셋째, 허위사실 보도나 무차별적인 인용 보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글로벌콤팩트 측도 "유엔 글로벌콤팩트는 기업 및 단체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유엔이 제시하는 원칙에 따라 경영 활동을 하길 원하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현재까지 한국 기업 중 가입 신청이 거절된 사례도 없다"면서 KD파워의 가입은 특혜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가입 신청서는 유엔 사무총장을 수신인으로 하지만, 승인자는 유엔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도 반 전 총장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공인이면 공인답게 진실을 밝히고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더구나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기본적인 도덕성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면 그 자체로 실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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