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치아 관리법을 찾아 봅시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좀 다르게 양치 해볼까?

십여 년 전, 아주 운 좋게 인도 여행을 한 적 있습니다. 현지에 사시는 분들 덕분에 그 흔한 가이드북 한권 없이 여러 곳을 잘 둘러보고 왔지요. 최근 한 광고에서 인도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제 인생에 또 한 번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르겠습니다.

갠지스강의 돌고래며 오르차의 숲과 고성 등 여러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특히 아침마다 강가에서 나뭇가지로 양치질하던 인도인들의 모습이 사진처럼 선명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칫솔이나 치약이 귀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물으니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치약을 이용한 양치질만큼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전통이 살아남은 이유가 있구나 싶었지요.

나중에 찾아보니, 이 나무를 시왁(Siwak)이라고 한답니다. 주로 이슬람 문화권에서 구강청결을 위해 이용했습니다. 이것을 만드는 살바도라 페르시카인 아라크란 나무의 뿌리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분이 풍부합니다. 끝을 솔처럼 나눌 수 있어서 형태적으로는 칫솔의 역할을 하는 한편, 그 즙은 치약의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는 시왁이 항균과 치아 미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논문도 나온다고 하니, 나무로 양치하는 습관을 구습이라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우리가 일상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의 안전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유통 중인 치약에서 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문제가 된 적도 있지요. 화학 혁명 이후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건강에 인공으로 합성된 화학물질이 미치는 영향은 아마 지속적이고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치약 사태 이후 유해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을 찾아서 쓰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치약과 칫솔을 써서 양치질을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치아건강을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치약이나 칫솔을 쓸 것이냐보다 중요한 건 '무엇이 이와 잇몸을 건강하게 할까?'에 관한 답입니다.

이와 잇몸이 우리 몸의 일부라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전신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받는 신체 기관이라는 뜻이지요. 치아에 문제가 있을 때 단순히 국부적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신체적 이상이나 약물 등의 영향에 의한 것인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증상에 맞춰 대응해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겁니다.

다음으로 정해진 시간에 올바른 양치질을 잘 하는 것만큼 이와 잇몸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치아는 고정불변의 단순한 구조물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와 잇몸을 튼튼히 할 영양 공급은 필수죠. 그럼 뼈에 좋다는 칼슘을 많이 먹으면 이가 튼튼해질까요? 보통은 아닐 겁니다. 칼슘이 뼈와 치아로 가기 위해 필요한 다른 영양소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치아가 약해지고 자꾸만 문제가 생긴다면, 내 밥상에 무엇이 부실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물리적 자극과 입안 생태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적당한 운동부하가 없으면 우리 몸에서 뼈를 튼튼하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골다공증이 생기기 쉽듯, 치아에도 적당한 물리적 자극이 필요합니다. 양생법 중에 아침에 일어나 위아래 이를 서로 부딪치는 고치법이란 방법이 있는데, 뇌와 침샘 자극 외에도 치아에 적당한 물리적 자극을 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잇몸과 치아를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는 칫솔질(꼭 칫솔을 이용하지 않더라도)은 혈액 순환을 촉진해서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구강내 환경 관리를 위해 가능하면 충치 균의 밥이 되는 음식물 찌꺼기, 특히 당분이 입 안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요. 따라서 양치질을 못할 상황이라도 입안을 헹구어 주는 게 좋습니다. 특히 산도가 높은 음식을 섭취한 후라면 더욱 그래야 하고요. 이와 잇몸뿐만 아니라, 많은 돌기를 가진 혀를 청소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잇몸을 건강하게 한다는 것은 신체 다른 부위의 건강관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어려서부터 배워온 방식에서 좀 더 자유롭게 생각의 폭을 넓혀 볼 때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녁에는 치약을 이용하지만, 아침과 점심에는 곱게 간 소금과 차가버섯 추출물 분말, 그리고 본가에서 보내준 울금가루를 이용해서 양치합니다. 깨끗이 씻은 손가락으로 잇몸 마사지도 합니다. 자신의 취향이나 필요에 따라 맞는 방법을 선택한다면, 꼭 치약과 칫솔이 아니라도 치아건강 유지에 큰 무리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신라시대 왕을 호칭하는 말 중에 이사금은 치아가 많은 자, 즉 연장자가 지혜롭다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나이가 많다고 치아가 많을까요? 나아가 나이 많다고 지혜로울까요? 여기서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펴 봅니다. 한의학에서 치아는 뼈와 함께 신장에 배속시키는데, 신장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기운을 간직한 기관으로 봅니다. 따라서 이가 튼튼하고 많다는 것은 신장의 기운이 강하고 건강함을 의미합니다. 결국 신라시대 사람들은 건강한 자가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치아 건강은 그 자체로 전신의 건강을 반영하고, 나아가 신체 전반의 건강에 영향을 주므로 중요합니다. 각자 신체 건강관리의 비법이 다르듯, 이제 치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관한 해답도 각자의 취향과 필요에 맞게 찾아보면 어떨까요? 획일화된 방법보다 나만의 답을 찾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 치아 관리를 꼭 칫솔과 치약으로 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freestockphotos.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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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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