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2만원 포개기' 의혹 정밀 분석

반기문은 그다지 헤매지 않았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공항철도 승차권 자판기에 1만 원 짜리 두 장을 겹쳐 넣는 모습이 포착돼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자판기 앞에서 5분 가량을 헤맸다는 보도도 있었고요. 그 복잡한 상황에서 굳이 공항철도를 이용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딸려오면서 결국 '쇼잉', 즉 보여주기식 '서민 코스프레'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철도 요금도 제대로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요.

어떻게 된 연유로 반 전 총장이 1만 원 짜리 두 장을 겹쳐서 넣게 됐는지,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비판이 맞는 것인지, 하나하나 체크해보겠습니다. 사진공동취재단으로부터 확보한 사진을 토대로 상황을 '초 단위'로 살펴봅니다.

첫 번째 사진, 반 전 총장 측은 앞서 '일정 공지'를 하면서 오락가락한 적이 있었죠. 반 전 총장 측에서 '공항에서 차량을 이용할 것'이라고 공지했다가 뒤늦게 자연스러운 시민들과 만남을 위해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까지 갈 것'이라고 수정했습니다. 일단 기자들은 혼란을 일으켰죠. 오후 6시 25분 28초에 포착된 장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반 총장이 자판기에서 표를 끊으려 하자 누군가 '조력자'가 나타나 2만 원을 내밉니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 돈'이 없었을 수도, 지갑을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인천공항 공항철도 승차권 발권기 앞. 현금을 찾는듯한 반 전 총장에게 누군가 2만원을 건넨다. 오후 6:25:28 ⓒ사진공동취재단


반 전 총장은 1만 원권 두 장을 받습니다.

▲ 오후 6:25:30 ⓒ사진공동취재단

이제 자판기로 갑니다. 공항철도 직통 열차는 요금이 8000원입니다. 반 전 총장은 올해 74세여서, 65세 이상 '경로 할인' 요금을 적용받기 때문에 미리 표를 끊거나 창구에 가서 표를 끊었다면 6900원만 냈으면 됐죠.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자판기를 찾습니다. 자판기를 이용하면 500원 할인이 됩니다. 그래서 7500원(유순택 여사까지 두 명이니, 1만5000원을 내면 됩니다. 그래서 1만 원권 두 장이 필요한 것이죠)을 내고 탈 수 있는 것이죠. 사실 600원 손해인데요, 여기까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는 것 같네요. (결과적으로, 1200원 손해입니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이 1만 원권을 처음에 한 장을 넣으려고 합니다. 즉, 처음부터 1만 원권 두 장을 겹쳐 넣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반 전 총장이 현금을 승차권 발매기에 넣는다. 오후 6:25:36 ⓒ사진공동취재단

다음의 확대된 사진을 보면, 한 장을 넣으려 하고 있고, 나머지 한 장은 반으로 접어 그 위에 마치 '대기 시키듯' 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처음엔 한 장만 넣으려 한 것입니다.

▲ 위 사진을 확대한 사진. 반 전 총장이 만원권을 기계에 넣고 있다. 같은 시각(오후 6:25:36)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자판기에 돈이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미리 인원수를 누르고 지불할 금액이 화면에 뜨면, 비로소 돈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장의 표를 한꺼번에 끊지 않고 장씩 두 번 표를 끊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원 선택을 보면 '1'이라는 표시에 불이 들어와 있죠.

그런데, 돈이 잘 들어가지 않고 있는 건가요? 어찌 됐건 1장씩 두 번 끊는 것보다 두장을 한 번에 끊는 게 더 편한 방법이긴 하죠? 여기에서 조력자가 슬슬 등장합니다.

▲ 손에 지폐를 쥐고 있는 모습이 위 사진과 비슷한 것을 볼 때 각각 손에 1만 원권 한 장 씩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후 6:25:38 ⓒ사진공동취재단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구원투수'로 나섭니다. 아마 사진으로 보건대, 2인을 누른 후 2만 원을 넣으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의 분위기입니다.

▲ 박진 전 의원이 뒤에서 돕고 있다. 발권기 상단에 승차권 가격 7500원이 보인다. 오후 6:25:48 ⓒ사진공동취재단

자, 화면이 2인으로 바뀌었죠.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2인표를 사는데, 만 원짜리 두 장을 겹칩니다. 그리고 2만 원을 한꺼번에 집어넣으려 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포즈'를 취합니다.

▲ 오후 6:25:52 ⓒ사진공동취재단

아, 2만 원을 겹쳐서 한꺼번에 집어넣고 있군요.

▲ 2만 원을 동시에 기계에 넣는다. 오후 6:25:54 ⓒ사진공동취재단

다시 '구원 투수' 박진 전 의원이 나섭니다. 아마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자판기는 한 번에 한 장씩만 들어갑니다."

▲ 다시 한 장씩 넣는다. 오후 6:26:02 ⓒ사진공동취재단

그러자 비로소 반 전 총장은 한 장씩 투입합니다.

▲ 오후 6:26:28 ⓒ사진공동취재단

그리고 무사히 전철을 타는데 성공.

▲ 반 전 총장이 공항철도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자, '철도요금을 모르는 것 같은데, 웬 서민 코스프레냐'는 비판이나, '노인은 경로 우대로 공짜인데 왜 표를 샀느냐'라는 비판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된 것 같습니다. 5분을 허비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사진을 보면 표를 끊는데 걸린 시간은 1분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지폐를 받아서 '올바르게' 넣으려는 노력이 시작된 시각까지 1분이 걸린 겁니다. 이후 돈을 넣고 표를 끊었다고 하더라도, 5분까지는 걸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은 됩니다. 또한 처음부터 1만 원권 두 장을 포개서 넣으려 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2만 원을 넣고 두 장을 한꺼번에 뽑으시라'고 누군가 조언을 한 것 같은 상황에서, 1만 원권 지폐 두 장을 포개어 한꺼번에 집어넣으려 한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전철 매표 자판기뿐 아니라, 어떤 자판기라도 한번 사용해봤다면 지폐 두 장을 포개 한꺼번에 넣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하나의 해프닝으로 보고 넘어가는 게 맞는 것 같긴 합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이지도 않게 된, '공항철도 이용'을 왜 굳이 고집했는지 의문이라는 점은 남겨둬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기자와 경호원,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일반 시민들은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을 텐데, 왜 이런 '보여주기'가 필요했을까. 오히려 당시 공항 이용객들이나, 공항철도 이용객들이 불편한 상황을 (잠시지만) 감내해야 했다는 소리만 들립니다.

10년간 '의전'과 '외국생활'에 익숙해졌던 반 전 총장, 앞으로 한국에서의 행보가 매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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