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하는 둥 마는 둥 운동하세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10년 할 운동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처음 3개월 정도는 설렁설렁 놀 듯이 하세요. 처음부터 열정적으로 덤비면, 당연히 잘 되지도 않을 뿐더러 다치거나 피로해져 나중에는 흥미를 잃게 됩니다. 그럼 오래 지속할 수가 없어요."

새해가 되면서 저의 잔소리에 "해야죠." 하면서 웃기만 하던 분들 중에 운동을 시작한 분들이 있습니다(물론 설날 이후를 기약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했더니 몸이 더 아프다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상담해 보면 일시적으로 생긴 성장통 같은 증상도 있지만, 과한 의욕이 준비되지 않은 몸에 과부하를 일으켜 생긴 증상도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처음의 열정은 몸의 불편함에 비례해서 급격히 식어가고, 운동을 안 할 이유가 자꾸만 생겨서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거나,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운동 자체에 흥미를 잃기도 합니다.

운동을 시작한 환자에게 처음 몇 달은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놀다 온다는 생각으로 배우시라고 합니다. 모든 운동은 저마다 몸을 쓰는 요령이 있는데, 일상에서 우리가 움직이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것이 몸에 익는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앞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의 움직임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완성됐는데, 처음부터 선생님과 똑같이 해야겠다는 욕심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일단 내 몸이 내 마음같이 움직이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이 스트레스는 몸에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제한합니다. 그러다 보면 긴장과 피로가 몸과 마음에 쌓입니다. 누적되면 결국 어디에선가 탈이 나지요.

따라서 일단은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기본적인 방향성만 올바르게 갖고 설렁설렁 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새로운 움직임의 큰 길을 내 몸에 내도록 합니다. 한의학적으로 표현하면 의식을 집중해서 몸을 움직임으로써 기가 이동하는 일종의 경로를 형성하는 셈이지요. 이 과정에 보통 3개월 정도는 필요합니다. 옛 사람들이 새로운 나를 만드는 준비를 하는데 100일이란 기간을 상정한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기본이 되는 큰 움직임을 충분히 몸에 익게 만들고 나면 이제 조금 더 작은 부분까지 다듬어 갑니다. 이런 시간이 쌓이다 보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운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크고 성기게 시작해서 점점 작고 정밀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치는 아마 많은 운동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환자들에게 하는 당부가 있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려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할 요량으로 몸에 무리가 없는 종목을 선택하고, 너무 진지하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행복한 삶의 조건의 하나인 좋은 건강을 위해, 혹은 운동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위해 운동을 하는데, 이것이 건강을 해치거나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된다면 안 하니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늘 왜 내가 이 운동을 하는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10년이란 기간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그 정도 기간은 해야 운동의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짧은 기간에 적은 노력으로 많은 수확을 올리는 것을 성공이라고 말합니다. 경쟁의 논리로 본다면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도 어떻게든 남보다 잘하고 이기기 위해 애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운동을 하는 시간마저 경쟁의 논리에 희생시키지 말았으면 합니다. 어린아이들이 놀이하듯 느슨하게, 설렁설렁 하면서 올바른 방향성과 시간이 만나 만들어 내는 즐거움을 하나 둘씩 몸과 마음으로 얻어 가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해를 맞아 새로 운동을 시작하신 분이라면 그 열정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둥 마는 둥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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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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