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블랙리스트, 그 섬뜩한 내용을 공개합니다

SBS 보도 '문체부 블랙리스트' 살펴보니...언론, 문화, 예술인 무차별 포함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체부 블랙리스트'는 언론뿐만 아니라 문인, 예술인은 물론, 출판사, 극단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포함했다.

28일 SBS가 보도한 블랙리스트 문건을 <프레시안>이 확인한 결과, 문체부 블랙리스트에는 고은 시인과 <채식주의자>의 한강 작가를 비롯해 숱한 문화·예술계 인사와 기관이 망라됐다. <프레시안>은 SBS에서 보도된 문서를 공개한다.

이 목록에 올라온 인사들, 단체들의 경우, 본인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명단을 살펴보면 나와, 내 주변인들과 관계가 있는 회사, 단체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만큼 '블랙리스트'는 광범위하고, 또 명단에 오른 이유도 터무니없었다.

'문재인 지지' 이유로 출판사·문인 블랙리스트에

블랙리스트에는 출판사도 포함됐다. 국내 주요 출판사인 창비와 실천문학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이 리스트에 들어갔다. 특히 창비의 경우 (강일우) 대표가 문 상임고문을 지지했다는 이유가 명시됐다.

이와 관련, 강일우 대표는 창비 관계자를 통해 "공개적 자리에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한 적 없다"며 "아마 (현 정부가) 계간지 <창작과비평>을 오래 전부터 이른바 야권 성향으로 분류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창비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SBS의 관련 보도 중 고은 시인의 말을 인용해 블랙리스트를 비판했다.

천년의시작과 인디고서원 역시 문 상임고문 지지를 이유로 리스트에 포함됐다.

고은 시인과 한강 작가 외에도 숱한 문인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문인 대부분은 '문재인 지지'를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서철원 작가는 '전라북도 문화예술인 115명 문재인 지지선언'을 이유로, 천수호 시인은 '문재인 지지 1만 명 예술인'을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김중일 시인과 김소연 시인 역시 천 시인과 같은 이유로 이 리스트에 올랐다. 김성철 시인은 '경남문화예술인 869인 문재인 지지'를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이상국 시인과 서성란 작가는 민주노동당 지지를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아동 도서 작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어린이책 편집자들의 모임인 '어린이책을만드는사람들'의 정혜원 작가, 유영소 작가, 김혜진 작가, 송미경 작가도 문 상임고문 지지를 이유로 리스트에 포함됐다.

지지 선언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이름이 오른 이도 상당하다. 소설가 천운영은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를 촉구'했다는 이유로, 설치미술가 양혜규는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지지'했다는 이유로, 소설가 박솔뫼와 주원익은 '안철수 팬클럽'이라는 이유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문재인 지지'는 블랙리스트 작성자의 해석일 뿐으로 보인다. 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김중일 시인은 "지난 2014년 6월 문인 754명의 세월호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적은 있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한 적은 없다"며 "이명박 정권 당시부터 문학계 전반적으로 이상 징후를 느꼈다"고 말했다.

단체명에 '주체' 뜻 포함됐다고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예술계도 블랙리스트에 무차별적으로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블랙리스트를 보면 (주)엣나인필름은 '<남영동 1985> 배급사'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남영동 1985>는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을 다룬 영화다. 또한 영상교육기관인 '미디액트'는 '새정치추진위원인 김혜준이 광화문에 만든 대표적 미디어센터. 학생 대상으로 맑시즘 교육을 하는 영상교육기관 역할'이라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더구나 미디액트 관련 이러한 내용은 사실관계 자체도 틀리다.

단체명에 '주체'라는 뜻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체도 있다. (사)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은 '아이공이라는 단체명에 '주체'라는 뜻 포함. 평등사회주창, 대안영상을 통한 사회운동 전개'를 이유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단체 대표가 정당 지지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단체도 있다. 강릉시네마떼끄는 '단체를 이끄는 박광수 사무국장이 문화예술인 269인 진보신당 지지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리스트에 올랐다. 강릉시네마떼끄는 매년 정동진영화제를 주최하는 단체다.

마찬가지로 연희단거리패(김소희), 극단 이루(손기호), 극단 산울림(임영웅), 극단 연우무대(유인수), 조은컴퍼니(김제훈), (사)밀양연극촌(손숙), (사)민족미학연구소(조성래), 국제극예술협회(최치림), 광안리사람들(이승욱), 그린피그(윤한솔), 극단서울괴담(유영봉), 아트클럽(이지혜) 등이 대표가 문재인을 지지했다고 단체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단체나 인사가 아닌 사업이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MB의 추억>이라는 전직대통령을 회화화한 다큐멘터리 지원비로 사용'했다며 영화진흥위원회공모사업도 리스트에 올린 것. 영화진흥위원회공모사업은 독립영화가 아닌 일반영화의 영화 개봉을 돕는 영진위 사업 중 하나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미디액트 장은경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회자되던 블랙리스트가 이번에 공론화되고 있다"며 "정권 입맛에 맞춰 문화·예술인들을 제어하는 장치로 블랙리스트가 사용되고 있다는 건 문화예술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윤한룡 실천문학 대표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이 사안에 관해 분명히 반대한다"면서도 "출판사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실천문학>이 출판의 자유, 민주주의에 관한 입장이 있어 현 정부가 우리 잡지를 진보적으로 본 것 같다"면서도 "이런 입장이 특정 정치인 지지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다음은 SBS가 보도한 블랙리스트 목록이다.

ⓒ출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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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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