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촛불 민심 보고도 '최후의 반격' 개시

탄핵 후폭풍 몰아치는 與…"분당은 시간 문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마자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주류가 물러설 수 없는 필사의 결기로 서로 맞서고 있다.

국민적 탄핵 여론에 따라 압도적으로 탄핵안이 가결됐음에도 친박계는 탄핵에 힘을 보탠 당내 세력을 "분파 해당 행위자"라고 규정하며 탈당을 종용하는 중이다.

한편 '비상시국회의'를 구심점으로 한 당내 비주류는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김진태 의원 등 친박 핵심 의원 8명을 "최순실의 남자들"이라고 부르며 탈당을 공식 요구했다.

앞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지사와 김용태 의원, 정두언·정문헌·박준선 전 의원 등 12명은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대로면 새누리당의 분당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비주류 일부는 여전히 '당에 남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으나, 친박계가 '사즉생'의 결기로 당권 사수 싸움에 나선다면 지리멸렬한 싸움이 이어지며 분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이정현 등 최순실의 남자 8인, 탈당해야"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총회에서 이 대표 등 친박계 8인의 탈당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들을 "국정을 농단하고, 민심을 배반하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방기한 '최순실의 남자들"이라며 "사실상 보수 재건을 반대하는 수구 세력이 모여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을 사당화하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동반 사퇴'를 언급한 정진석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당에서 균형추 역할, 당의 중간지대에서 역할을 잘 수행해왔다"며 "정 원내대표는 그 역할을 더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정리했다"고 했다.

탄핵 소추안 의결 당시 정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의원들의 '자율 투표'를 주도한 데 대해 친박계가 극렬히 반발하자, 비주류가 '정진석 구하기'에 나서 모습이다.

특히 야당이 친박계 지도부와는 정국 수습책 논의를 일절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친박계 지도부는 즉시 사퇴하되 정진석 원내대표는 남아 야당과의 협상 라인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비주류의 주장이다.

전날 친박계 의원들의 대규모로 심야 회동을 하고 '혁신과 통합 연합'이라는 계파 모임을 꾸린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유승민 의원은 총회 후 기자들을 만나 친박계가 세몰이를 시도하는 데 대해 "국민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심을 거스르고 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해 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유 의원은 그러나 "당에 그대로 남아서 당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일관되게 드렸으니까 그런 노력을 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탈당 의사가 없음을 못 박았다.

전날 열렸던 비상시국회의에서도 참석자 60여 명 가운데 탈당파는 20명 안팎의 소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분당 더 원하는 친박…"김무성·유승민, 배신의 아이콘출당 시키자"

그러나 분당 및 탈당 압력은 강해지고 있다.

일단 탄핵 투표 결과 반대 투표와 투표 불참을 한 의원은 57명으로, 예상보다는 적은 수이나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다. 게다가 비주류보다 친박계가 더 적극적으로 분당을 원하는 모습이다.

전날 서울시 모처에서 열렸던 친박계 현역 의원 50명 규모의 '혁신과 통합 연합' 모임에서는 친박계 지도부가 당권을 지키고 이인제·김태호 전 의원 등을 비대위원장으로 관철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기까지 했다.

분당·탈당 유도 움직임은 이날에도 이어졌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대통령 탄핵을 사리사욕과 맞바꾼 배신과 배반, 역린 정치의 상징. 인간 이하의 처신을 하고 있다"고 원색 비난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총선에서 '180석+α'를 얘기하더니 '옥새 들고 나르샤'를 연출했다. 총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을 가진 분"이라고 주장한 후 "오로지 김 전 대표만 최순실을 아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지난 10월 28일 '박 대통령 옆에 최순실이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다 알았지' 발언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정책·메시지 총괄 담당으로서 이명박 캠프 쪽에서 제기된 '최태민 의혹'을 "추악한 정치 공작"이라며 적극 방어했던 일도 끄집어냈다.

이 최고위원은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근혜 대표를 배신하지 않는 유승민'이라고 발언했고, '최태민 보고서' 유출에 대해선 '용서할 수 없는 추악한 정치 공작'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런 분이 과연 요즘 같은 행태를 할 자격이 있느냐"며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연기) 하는, 배반과 배신의 아이콘인 김 전 대표, 유 전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가져야 한다. 옷을 바꾼다고 속까지 깨끗해지지는 않는다."며 "국민은 김 전 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의 '검은 속내'를 안다. 새누리당은 이제 이 두 분과 함께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최고위원은 회의를 마치고서는 기자들을 만나 '탈당할 의지가 없는 유 전 원내대표를 출당시킬 방침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도 했다. 사실상 '유승민 출당'을 공식화한 셈이다.

친박계가 꾸린 '반격'의 베이스캠프, '혁신과 통합 연합'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공식 출범한다. 박 대통령의 탄핵 가결 이후 첫 주말인 10일에 100만 촛불 민심을 목격하고도, 친박계는 12일 대규모 회동을 기획하고 '반격'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친박계의 이같은 반격이 얼마나 대중의 호응을 얻게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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