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내년 '박정희' 관련사업 예산 대폭 증가 논란

[언론 네트워크] 올해 58억서 내년 109억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시민단체 "실업률 최고·무상급식은 꼴찌...전액 삭감"

경상북도 구미시(시장 남유진)가 내년도 '박정희·새마을' 관련 사업 예산을 두 배 가까이 늘려 논란이 되고 있다.

구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17년도 예산안'을 보면, 박정희·새마을 관련 사업에 109억원이 편성됐다. 올해 58억원에서 87.5% 가량 늘어 51억원이 증가한 액수다. 구미시는 ▷박 대통령 기념사업(91억9천만원)을 비롯해 ▷새마을선진화운동(17억9천만원) ▷산업화주역 초청 투어·강연(3천만원) ▷자연보호헌장 선포식(2천만원) 등을 추진한다.

▲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생가터에 세워진 박정희 동상(2016.11.14) ⓒ평화뉴스(김영화)

특히 박정희 기념사업은 올해 42억원보다 119% 늘어 91억원이 편성됐다. ▷박정희 역사자료관 건립(68억원) ▷미술·서예작품을 전시하는 정수대전(11억원) ▷'100돌 기념동산' 조성과 도록·연극 제작 등 박 전 대통령 탄생 100년을 맞아 구미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8개 사업(5억5천만원) ▷상모동 생가 유지·운영비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행사·전시성 예산도 큰 폭으로 늘었다. ▷낙동강 수상 불꽃 축제(5억원) ▷한마음 체육대회(10억원) ▷박약회 학술대회(1억1천만원) ▷동락공원 빛의 향연(5천만원) ▷명창 박록주 국악대전(1억5천만원) ▷구미 국제음악제(6억원) 등 6개 사업에 24억원이 편성돼 105%의 증가율을 보였다.

언론매체 홍보예산(12억3천만원)도 올해 대비 56% 증가했으며 건물 무상임대와 보조금 특혜 시비가 일고 있는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대한 지원도 여전했다. 구미시는 보조금 지급 문제로 시민단체로부터 감사청구를 받았지만 지난해보다 2억원 증가한 24억여원을 한국노총 지원 예산으로 편성했다.

▲ 박정희 탄생 9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남유진 구미시장(2016.11.14.구미시 상모동) ⓒ평화뉴스(김영화)

반면, 비정규직 임금 인상율은 6.1%에 그쳤다. 내년도 구미시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시간당 임금은 6,500원으로 올해보다 6.1% 인상됐다. 2017년도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보다 30원 많은 수준이다. 전국 지자체가 생활임금을 도입해 복지 수준을 높이는 것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 가운데 내수침체와 공장 해외이전 등으로 가동을 중단하는 곳이 최근 몇 년간 대폭 늘었지만 기업투자·지원예산은 90억원이 삭감됐다.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임금·교육비·생활여건 등은 외면한 채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과 전시성 위주사업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구미 실업율은 5.8%로 전국 155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았다. 초등학교 무상급식 현황도 9월 기준 초등학교 42.2%, 중학교 43.5%로 경북 23개 시·군 평균 53.3%보다 10%가량 낮아 경북에서 포항과 함께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 구미시 박정희 예산 vs 성남시 복지 예산. ⓒ구미참여연대

예산안은 현재 시의회 상임위별로 심사 중이다. 12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16일 본회의 의결에서 원안대로 통과되면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과 행사·전시성 사업에만 133억여원을 쓰게 된다. 구미시의회 김근아(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박정희 예산과 전시·선심성 예산은 삭감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다. 구미참여연대는 6일 논평을 통해 "경기 침체와 수출 감소 등 구미시가 직면한 위기를 외면한 불통 예산"이라며 "행사·선심성 예산을 삭감하고 시민들에게 필요한 사업이 내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시의회에 촉구했다. 최인혁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세금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것도 모자라 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남재식 구미시 문화관광담당관 관광인프라조성계장은 "지역개발, 문화예술진흥 등 각 분야별 사업이 박정희 대통령 관련 정책으로 묶이다 보니 크게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은정 기획예산실 예산계장도 "개별 축제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증가폭이 두드러져 보일 뿐 행사 위주 예산이 아니다"며" 복지 예산도 함께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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