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페인트 뒤집어 쓴 박정희 흉상

흉상 아래엔 '철거하라' 빨간 문구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향수마저 앗아가는 것일까. 구미 생가 방화에 이어 박 전 대통령 상징물이 훼손당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이 훼손됐다는 공원 관리자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흉상의 얼굴 부분은 온통 빨간칠이 돼있으며, 군복 가운데와 옷깃에 달린 별 모양의 계급장 부분도 빨갛게 물들었다. 흉상 아래에는 '철거하라'는 빨간 글씨도 적혀 있다.

흉상은 전날인 4일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흉상은 박 전 대통령 임기 중간인 1966년 세워졌으며, 이 자리는 박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모의했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전신이 있던 곳이다.

이 흉상이 훼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11월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를 포함한 20여 명이 밧줄로 묶어 철거한 적이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 흉상보존회는 이후 '고 박정희 대통령의 흉상을 훼손하거나 주위 시설물을 손괴하는 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엄중 조치함'이라는 경고문을 흉상 울타리에 붙여놨다.

흉상 철거 주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진 이후 더욱 거세졌다.

지난 달 29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의에서 김문수 서울시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문래근린공원을 혁명의 발상지라고 소개하는 박정희 흉상은 대한민국 헌법 1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비교육적이고 반교육적인 박정희 흉상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원에 세워져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박 시장은 "전문가들과 협의해 가능하면 철거나 이전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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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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