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구시대 유물? 스마트폰과 만나면…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이용자 중심으로 진화하는 중국 공공 서비스

시민들이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통령 하야를 외친다. 핸드폰으로 촛불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파라핀 촛불를 대신했다. 지난 17일 새누리당 의원이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발언에,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촛불 어플이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 통신망은 한 국가의 사회 문화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인터넷 통신망을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중국 사회도 이로 인한 변화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 통신망을 활용한 공공 서비스 부문의 지능화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는 중국 인터넷 이용자의 증가에 따른 정부의 현실적 대응으로 판단된다. 아직은 다소 과도기적이긴 하지만 사회 다방면에서 인터넷 통신망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이 시도되고 있다.

공공 서비스 시장의 개방

11월 11일은 어느 나라나 1년에 한번 돌아온다. 중국의 11월 11일, 슈앙스이(双十一)는 어느새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날이 되었다. 쇼핑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매년 갱신되는 알리바바(阿里巴巴) 하루 매출액의 기록 달성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11월 11일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평소 원하던 물건을 구매했다는 뿌듯함과 더불어 온라인상에서 진행되는 이색적 축제 분위기에 더욱 흥분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흥분 상태는 쇼핑이 끝난 후 소비자들이 택배 회사로부터 물건을 건네받기까지 걸리는 인고의 시간을 상쇄할 정도로 크다. 2016년 알리바바 그룹의 쇼핑몰에서 하루 매출액은 한화로 약 21조 원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약 2억5000개의 택배 물량이 쏟아진다. 하루에 주문받은 택배 박스가 약 7억 개라면 구매자에게 상품이 도착하기까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중국 서비스에 대해 우리는 보통 '만만디(慢慢的)'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만큼 서비스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택배 서비스는 다르다. 중국어로 택배라는 표현이 '콰이띠(快递)'인데 글자 그대로 매우 빠른 편이다. 택배가 배달되는데 1~2일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그런데 1주일 넘게 구매한 상품을 기다려야 한다면 빠른 택배에 익숙한 소비자의 불만이 있기 마련이다.

이에 올해 슈앙스이에는 배송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온갖 방법이 다 동원되었다. 무인기인 드론이 등장하는가 하면 고속철이 승객 대신 택배로 가득 차기도 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전 포장 작업이다. 주문받기 전에 축적된 소비 성향을 분석하여 당일 주문 내용을 미리 예측하고 발송 준비를 마치면서 포장에서 배송까지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중국의 다른 서비스에 비해 택배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빠르게 변한 것은 인터넷 쇼핑의 발달과 택배 서비스의 민영화 덕분이다. 중국의 택배 서비스는 원래 우정(邮政)사업국(우리나라 우체국 택배)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였다. 여러 불법 택배 회사가 성행하자 2009년 우정법(邮政法) 개정으로 민영 택배 회사에도 합법적 서비스 제공 권한이 부여되면서 경쟁 구도로 전환되었다.

효율적 서비스 관리 방식으로 활력을 찾은 공공 서비스

자전거는 중국을 대표하는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자동차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자전거의 자리가 자동차로 대체되었다. 중국은 100개가 넘는 도시에 공공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상의 불편으로 많은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자전거 대여 시 시간이 정해져 있고 신분증과 같은 담보물을 맡겨야만 대여가 가능했다.

차가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훨씬 빨라 효율적일 수 있다. 또한 요즘처럼 환경 오염이 심각한 시대에는 자전거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공공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하여 인터넷과 연계된 새로운 대여 시스템을 운행하고 있다.

중국 상해 시는 '모바이단처(摩拜单车)'라는 인터넷 자전거 공유 어플을 지난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특정된 자전거 대여소에 가지 않아도 어플을 통해 가장 가까운 곳의 대여 가능한 자전거를 검색 및 등록한 뒤 이용할 수 있다. 반납하는 장소도 특정되어 있지 않아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니다가 길가 자전거 주차장에 자유롭게 정차하고 열쇠를 채우면 어플에 자동으로 사용 요금이 정산된다. 대여비가 30분에 1위안(170원)에 대여와 반납이 매우 효율적이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 '모바이단처(摩拜单车)'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대여할 수 있는 자전거. ⓒ摩拜单车

과학 기술의 발달로 빠르고 편리한 자동차의 보급이 일반화 되어 바쁜 현대인들에게 자전거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 제공 및 관리 방식의 변화를 통해서 서비스가 활력을 되찾아 가고 있다.

'스마트' 해지는 정부 행정 서비스

인터넷을 통한 중국 공공 서비스의 진정한 혁신은 따로 있다. 바로 인터넷과 결합한 정부 행정 서비스이다. 중국 공공 서비스 만만디의 끝판왕은 아마도 행정 서비스일 것이다. 행정 처리가 매우 느릴 뿐만 아니라 번잡하기까지 하다. 시스템 상 서비스 주체가 다원화하기 힘든 행정 서비스는 혁신이 쉽지 않다. 정부 기관이 아니면 일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기관은 항상 갑의 입장에 대중은 을의 입장에 서기 마련이다. 그래서 중국 관공서 어딜 가나 조용히 몇 시간씩 기다리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29일 '"인터넷+행정서비스" 업무 추진 가속화를 위한 지도 의견(关于加快推进"互联网+政务服务"工作的指导意见)'(지도 의견)을 발표하고 행정 서비스의 변화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도 의견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각 성(省)의 시(市) 정부는 인터넷 행정 서비스 시스템 구축, 행정 서비스 항목의 전면 공개, 행정 서비스 표준화 등 서비스 전산화 수준을 향상시키도록 하고 있다. 또한 2020년까지 각 급(级) 정부, 각 부문의 행정 시스템을 통일시켜 정부의 스마트 행정을 구현하도록 하였다.

그간 행정 서비스가 전산화되어 있지 않아 학위 증명서 및 성적 등이 필요한 경우 직접 모교에 찾아가서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또한 부처가 정보 장벽이 매우 높아 어떤 사안에 대해 행정 처리 한번 하려면 신분증이며 호구 증명서 등을 절차상 단계마다 중복으로 제출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어디에서든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너무나 쉽고 빠르게 각 종 행정 서비스를 받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지도 의견에 따라 인터넷을 행정 서비스에 접목시키면서 정부 중심으로 되어 있던 중국 행정 시스템이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비스 제공 주체, 국민은 서비스 향유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가 평등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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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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