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은 14일 오후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을 갖고, △야당이 추천권을 갖는 △별도의 특검법에 의한 특검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번 사태를 '박근혜 정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으로 공식 명명하고, 이 사건의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오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하기로 했다.
특검법의 내용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누구를 특검으로 임명할 것인지, 또 그 인선권을 누가 갖는지다. 이달 초까지 새누리당은 지난 2014년 도입된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수사를 하자고 했다. 상설특검법은 법무차관 등이 당연직 위원이 되는 특검추천위에서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야당은 이에 상설특검법이 아닌 별도의 특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조건으로 별도 특검법 제정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발 물러났다. 이어서 이날에는 아예 '야당이 특검 후보 2명을 모두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하도록 한다'는 내용적 부분에 대해서도 여당이 동의했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면, 국회의장은 3일 내로 대통령에게 특검 추천 의뢰를 요청하고, 대통령은 다시 그로부터 3일 내에 특검 후보 추천을 국회에 서면으로 의뢰해야 한다. 이후부터는 주어가 '국회'가 아닌 '야당'으로 바뀐다. 야당은 특검 추천 의뢰를 받은 지 5일 내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해 2명의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 2명 가운데 1명을 3일 내에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특검의 자격 요건은 '15년 이상 판·검사직에 있었던 변호사'다. 야권에서는 특검 후보로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이광범 전 내곡동 특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검은 4명의 특검보를 임명할 수 있고, 파견 검사 20명, 파견 수사관 40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지휘하게 된다. 특검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 본 조사 기간 70일 등 90일이 기본이며, 필요시 30일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최장 120일이 된다.
특검 수사 대상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 청와대 공무원들이 민간인인 최순실·최순득·장시호·차은택·고영태 씨 등(이하 '최 씨 등')에게 외교안보 기밀을 포함한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의혹, 최 씨 등이 정부·공공기관·사기업 인사에 개입하거나 이들로부터 사업을 수주하는 등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관련 의혹,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고교·대학 시절 특혜 의혹, 삼성 등 재벌 대기업이 정 씨의 승마 훈련을 후원하는 등 최 씨 등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대가로 현안을 해결했다는 의혹,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의혹,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한 성형외과 의사에 대한 특혜 의혹 등 모두 14가지나 된다.
이른바 '세월호 7시간' 관련 의혹은 이 명시된 14개 문항 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부대표는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라며 "(수사 대상 규정) 15호에 '기타 1~14호 사건 수사 중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는 폭넓은 규정이 돼 있다. 세월호, 김기춘 전 비서실장, 국정원 등 부분에 대해 포괄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수석부대표는 "수사 대상은 특검 몫"이라고만 했다.
여야는 또 특검과는 별개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정조사 계획서 역시 오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여야 동수 18인으로 구성하고, 기한은 60일로 하며 최장 30일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국정조사 대상은 "특검법에서 지정한 (수사)범위와 동일"하다는 게 여야 3당의 합의 내용이다.
야당이 전적으로 추천권을 갖는 특검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광범위하게 파헤치고, 같은 주제에 대해 국회에서도 동시 국정조사를 진행하도록 한 것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제법 큰 폭의 양보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촛불집회 이후 정부·여당이 느끼는 위기감이 읽힌다.
다만 이명박 정부 당시의 '내곡동 사저 특검', 박근혜 정부 들어 있었던 '세월호 국정조사',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등의 사례를 돌아보면, 특검·국정조사를 통해 명쾌한 진상 규명이 이뤄진 경우 역시 드물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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