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회, "사실상 박정희 미화" 기념사업 조례 논란

[언론 네트워크] "우리 사회 박정희와 박근혜는 동의어…전면 백지화해야"

경북도의회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을 지원하는 조례를 발의해 지역 시민사회가 들끓고 있다. "사실상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조례"라는 게 이유다.

이홍희(61.구미시5선거구) 경북도의원은 지난 7일 '경상북도 전직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을 포함한 경북도의원 16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조례안은 오는 12월 5일 행정보건복지위원회 심사를 거쳐 같은달 21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바로 시행된다.

▲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매년 열리는 추도식. ⓒ구미시

조례를 보면 기념사업 지원 대상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경북지역에서 출생 또는 성장하거나 경북 발전에 기여한 사람으로 한정된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 5명의 대통령이 해당된다. 만약 이 조례가 통과되면 경상북도는 추모·기념사업을 비롯해 학술·연구·편찬사업, 민간단체 교류·협력사업 등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또 관련 기관·법인단체에 위탁해 기념행사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전두환씨와 노태우씨는 내란죄로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 판결을 받아 전직 대통령 예우 대상에서 박탈당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독재자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신분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의 '하야' 촉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 '박정희 예산 VS 3대 무상복지 예산' ⓒ구미참여연대

이러한 가운데, 경북지역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대표적 업적으로 평가되는 새마을운동에 대해 최소 수 억에서 최대 수 천억원까지의 예산을 쓰고 있어 야당과 시민사회로부터 질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경북 구미시는 내년 '박정희 탄생 100돌'을 위해 기념 우표·메달 제작, 휘호·탁본집 전시회 등에 20억여원을 계획 중이다. 새마을 테마공원과 역사자료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구미시는 박정희 생가복원, 동상건립, 추모제 등을 진행했으며 도로와 체육관을 박정희 이름을 따서 부르고 있다. 올해 7월에는 박정희 탄생 100주년 뮤지컬을 제작하다 반대 여론으로 취소했다.

▲ 박 전 대통령 뮤지컬 관련 '구미참여연대' 설문조사(2016.5.25) ⓒ평화뉴스(김영화)

▲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등굣길'의 박 전 대통령 어린시절 동상(2016.5.25) ⓒ평화뉴스(김영화)
이 같은 움직임은 박정희 100돌을 앞두고 경북지역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앞서 2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 박정희 동상 건립 추진 의사를 밝혔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는 "사실상 박정희 미화 조례"라며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7일 성명을 통해 "우리사회에 박정희와 박근혜는 동의어"라며 "반(反) 박근혜로 들끓고 있는 민심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구미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빈곤한 복지와 경제 불황에 고통 받는 주민들은 외면한 채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에 혈안이 돼 있다"면서 "전면 백지화하라"고 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인구감소를 위한 유입정책이나 농업지원 등 민생과 미래를 지향하지 않고 과거 대통령에게 얽매여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상원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전문위원은 "특별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최이석 구미시 문화관광담당관도 "박정희 전 대통령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연관되는 부분을 검토했을 뿐 실질적으로 관련된 사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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