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는 이날 정치 원로들과의 오찬 행사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일단 저와 야당이 제안했던 '거국 중립 내각' 취지와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단순히 '국회 추천'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조각(組閣)과 국정 전반을 맡기고, 대통령은 국정에서 2선으로 물러선다는 게 저와 야당이 제안한 '거국 중립 내각'의 취지다. (박 대통령 제안은) 그 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말씀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정세균 의장에게 '신임 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그는 "국무총리가 각부를 통할하게 돼 있는 것은 이미 현재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앞서 정치 원로들과의 오찬 모두 발언에서 "지금은 대통령이 국민들 마음속으로는 거의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국정을 수행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을 빨리 종식시킬 수 있도록 대통령도 마음을 비우고, 여야 정치권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오찬 내용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주로 (원로들의) 말씀을 많이 경청하고 들었다"고 소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오찬 참석자들은 문 전 대표에게 "가능한 헌법의 틀 안에서 정치적 해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조언을 내놨다.
오찬에는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고건·이해찬 전 국무총리,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그동안 역사적으로 위기가 많았지만 이번처럼 심각한 적이 없었다"고 우려했고, 고 전 총리는 "대통령과 국회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의장은 "대통령이 마음을 비우고 이 국면을 직접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이 전 총리는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만나고 갔는데 대통령이 제시한 안이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 '거국 내각'과 '2선 후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풀리지 않겠느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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