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법 막으러 靑 로비하던 재벌, 언론까지도…"

[자유언론이 민주주의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①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20대 국회 시작과 더불어 발의된 '청와대 언론장악 방지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언론계 출신 야 3당 국회의원들의 기고를 받아 연속 게재합니다.

이 기획은 보수정권 9년 만에 국제단체가 실시한 언론자유지수 조사에서 70위까지 추락한 대한민국 언론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언론장악 진상규명 청문회 실시 ▲청와대 언론장악 방지를 위한 법 개정 ▲부당하게 해고된 언론인들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편집자

많은 후배 언론인들이 자긍심을 잃고,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신뢰'를 잃어가는 언론계에 몸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진행되어 온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로 가장 크게 신뢰도를 잃어버린 기관은 아마도 MBC일 것입니다. 제가 20여 년을 재직했던 언론사라서 각별히 관심이 가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역사는 권력의 언론 장악 시도가 결코 성공하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해방 이후부터 1987년 민주화 때까지 모든 정치권력은 언론을 장악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백지 광고 사태, 양심선언, 자유 언론 실천 선언, 언론노조 파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선배 언론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언론 자유 획득을 위해 투쟁했습니다. 그리고 민주화와 함께 언론 자유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도 정치권력은 언론 장악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현 정부까지의 경험은 언론 통제 방법이 진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직접적인 통제가 아니라 광고, 인사개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장 기자로 하여금 자기 검열을 하게 하고, 편향성을 갖게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인간 존엄성이 존중받는 사회와 관련된 공정 보도를 훼손한 것은 정치권력보다 경제권력이었고, 경제권력에 의한 언론장악이 훨씬 더 큰 폐해를 가져왔습니다.

저는 국회에 입성한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재벌대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을 요구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반재벌주의자이거나 반기업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재벌대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경영을 추구해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내적으로 더불어 잘사는 균형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벌대기업의 적극적인 상생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초선 국회의원시절 가장 역점에 두었던 것이 금산분리법으로 불리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개정 법률'입니다. 1987년에 외환위기가 초래된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재벌들이 금융기관을 사금고화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재벌에 의한 금융기관의 사금고화 예방을 위해 금산분리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법 개정과정에서 개정을 반대하고, 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관련 행정부처에서부터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로비를 하는 특정기업이 있었습니다.

특정 기업의 로비력은 참으로 무서웠습니다. 로비의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금산분리법은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어주는 부칙 조항이 포함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습니다. 특정기업은 전면광고 발주를 했다가 중단하는 방법으로 언론사 경영에 압박을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언론을 관리했습니다. 국회에서 금산분리법과 관련된 문제를 지적하고, 발언해도 보도되지 않거나 단신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박영선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당시 제가 입수한 제보를 바탕으로 일부 공개한 사실도 있습니다. 특정기업은 오랫동안 언론사가 주최하는 행사의 후원자가 되기도 했고, 골프대회 같은 행사의 사은품을 제공하기도 하고, 또 일부 기자들과 골프를 치거나 명절에 선물을 보내는 방식으로 관리해왔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스폰지에 물이 스며들 듯이 이루어졌고, 언론에 그 회사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조직적이고 오랜 시간 동안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당시 금산법을 추진하면서 정치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고,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권력이 언론을 장악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실감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듯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언론이 경제권력으로부터 공정성을 지키는 문제는 또 다른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대안언론이 만들어지고, SNS를 통한 정보의 소통이 빨라지고 있지만 공중파를 비롯한 기존 언론사가 사회적 책무와 역할을 위해서도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선배 언론인들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정보도'를 향한 언론인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확보되는 것입니다. 언론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언론독립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한때 언론계에 몸 담았던 사람으로 언론독립을 향한 노력을 적극 지지하며, 저 또한 정치인으로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교묘한 방법으로 언론계에 개입하여 공정방송을 훼손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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