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시생'도 한국만큼 힘들다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시진핑은 왜 공무원의 기층 경험을 강조할까?

지난 2016년 10월 13일, 중공중앙조직부, 인력자원 및 사회보장부, 국가공무원국 등 3개 부문 공동으로 2017년도 공무원 시험 계획을 발표했다. 이 시험 계획에 의하면 2017년 약 120여 개 기관에서 2만7000여 명의 공무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표된 2017년도 공무원 선발 시험이 주목을 받는 것은 신청 조건에 지원자들의 기층 경험을 중시하겠다는 점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신청 조건에서 명시하고 있는 주요 기층 경험 우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앙 기관과 그 성급(省級) 직속 기구는 일부 특수 직위나 전문성이 비교적 강한 직위를 제외하고 2년 이상의 기층 업무 경험을 가진 사람을 채용한다. 둘째, 중앙 기관 직속 시(지)급 기구 직위, 현(구)급 및 이하 직위(공무원 관리에 준하는 사업 단위 포함) 15% 전후의 채용은 대학생 촌관(村官), '농촌 의무 교육 단계 학교 교사 특설 직위 계획', '대학생 서부 지역 프런티어 계획' 등에 해당 하는 기층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으로 충원한다.

셋째, 열악한 변경 지역 중앙 기관 직속 기구 현(구)급 이하 직위(공무원법 관리에 준하는 사업 단위 포함)는 2014년 인력자원 및 사회보장부에서 발표한 '열악한 변경 지역 기층 공무원 시험 채용 업무에 관한 의견(關於做好艱苦邊遠地區基層公務員考試錄用工作的意見)'에 따라 공무원에 임용되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조치를 취한다.

이번에 발표된 2017년 공무원 채용 요강에서는 중국의 당과 정부가 지원자들의 기층 경험을 매우 중시하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물론 간부의 기층 경험 중시는 간부 전략에서 시진핑이 부쩍 강조하는 부분이다. 마오쩌둥의 "조사 없이 보고 없다"는 말처럼, 시진핑 역시 간부들이 기층을 경험하지 않고 기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며, 이를 공무원 충원에서부터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는 자가 해당 직위에서 명확하게 기층 업무 경험을 요구할 경우 반드시 그 기준에 부합하는 자만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제한 규정을 제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층 경험이란 현급(縣級) 이하 당정 기관, 국유 기업과 사업 단위, 촌(사구) 조직과 기타 경제 조직, 사회 조직 등에서의 업무 경험을 말한다. 군대에서는 군대의 단(團)과 단 이하에 상당하는 업무에 종사한 경험, 퇴역 사병은 현역으로 복무한 경험을 기층 업무 경험에 포함시키고 있다.

중앙 기관에 시험 응시를 원하는 사람은 시(지) 직속 기관 업무의 경험도 기층 업무 경험으로 간주하고 그 기준 일자는 2016년 10월로 정했다. 따라서 이번에 기층 경험을 요구하는 직위의 경우, 반드시 최소한 2년의 기층 근무 경험을 가진 사람만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현역 군인, 재학생, 재직 공무원과 공무원법에 준하는 관리를 받는 기관의 인원들은 시험 응시 자체를 할 수 없다. 또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 공직에서 해고된 사람, 각급 공무원 시험에서 엄중한 위법을 저지는 사람, 공무원과 공무원법에 준하는 관리를 받은 기관(단위) 인원이 사퇴하고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 등은 공무원 시험에 참가할 수 없다. 그리고 법률과 법규 규정이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사람은 시험에 응시할 수 없으며, 시험 지원 인원이 임용 후 회피 관계에 있는 직위에 임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아예 응시 자체를 불허하고 있다.

중국이 이와 같이 매우 까다롭게 공무원 임용 조건을 내건 이유는 우수하고 유능한 인원을 뽑아서 국가와 사회 업무에 투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걸러내어 우수하고 유능한 '간부 대오'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진핑의 간부관이 깊이 녹아들어 있다.

시진핑은 수차례의 연설과 강연을 통해 기층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군현을 잘 다스려야 천하가 안정된다(郡縣治, 天下安)"고 생각하고, 그 핵심은 바로 일선에서 기층과 호흡하는 기층 간부들에 달려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은 현(縣)과 향진(鄕鎭) 등 기층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외화되고 있으며, 기층 관원을 뽑는 공무원 시험 또한 이러한 큰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중요한 정책 고려 사항이라는 생각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

시진핑은 심지어 "현위원회는 일선 지휘부이며 현위원회 서기는 일선 지휘관"이라는 말로 간부들의 기층성을 강조한다. 간부의 업무 혁신, 단련과 성장의 훈련 기지로서 기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공무원 시험에서도 이러한 기층 경험을 가진 간부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경로를 개방한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기층 경험 없이는 공무원도 될 수 없고, 간부도 될 수 없다는 인사 운용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따라서 기층 경험을 공무원의 임용 조건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점에서 앞으로 기층 경험을 중시하는 촌관(村官) 등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촌관의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의무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 선발함으로써 기층 경험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가려는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중국의 노력은 결국 좋은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한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인재는 반드시 기층의 경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관행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 대학생 촌관의 기층 활동. ⓒwikimedia.org

이는 현재 재직 중인 공무원의 60% 정도가 현과 향, 양급에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층 경험의 강조가 현 직무지와 중첩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신규 임용하는 공무원의 대부분이 기층에 안배되는 상황에서 기회비용을 줄이고 기층 경험을 축적한 상황에서 현장에 바로 투입하는 인력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당과 국가의 입장에서는 썩 나쁘지 않는 관행의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에 응시, 선발되어 직접 기층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또 기층 경험을 2년 이상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응시자에게는 또 다른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압력은 결국 기층 간부의 30% 정도가 현직을 떠나는 추세와 연결된다.

다른 한편으로, 공무원 시험을 치루지 않고 지방에서 직접 베이징 등 거대 도시 주요 대학과 협의를 통해 지방 간부를 직접 선발하는 프로그램도 공무원 시험과 함께 병행된다는 점도 공무원 시험에 참가하는 응시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푸젠 성(福建省)은 2012년부터 '인재 선발과 유치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매년 칭화 대학교, 베이징 대학교 등에서 석·박사 졸업생을 직접 유치하고 있다. 푸젠 성은 그 결과 2016년 10월 현재 박사 53명, 석사 32명 등 85명의 졸업생을 푸젠 성으로 유치하여 일선에 배치했다. 지난 2010년도에는 66명의 베이징 관리(京官)를 지방에 파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과 경로를 통해 인재가 충원되는 상황에서 기층 경험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은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참가자들에게 내년 공무원 시험이 더욱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말단 공무원인 과원(科員)이 되고 과원에서 다시 현처급(縣處級)으로 승진하는 비율이 대략 5% 남짓한 상황에서 인사 적체 또한 공무원 응시자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중국에서 철밥그릇(鐵飯碗)이 깨진 지 오래고 특히 반부패 운동은 공무원들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공무원 응시생들은 늘고 있다. 공무원이 박봉이지만 안정된 직장이라는 인식, 그리고 간부로서의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다는 매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아서 공무원이 더 많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공무원의 필요가 기회의 확대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지만 조건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진입 장벽은 높아져 가고 있다. 이래저래 중국의 공무원 응시생들에게는 힘겨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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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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