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세금 해방일' 기다리는 까닭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 고소득자 논란

'세금해방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순수하게 자신의 소득을 위해 일하기 시작하는 날로 올해 우리나라는 3월 20일이었다. 즉 1월 1일부터 3월 19일까지 일해서 번 소득은 전부 세금으로 내고 3월 20일부터 번 소득이 순수하게 내 돈이 된다는 것이다.

전쟁과 해방도 아닌 세금과 해방이라니, 현대인들이 얼마나 세금에게 시달리고 있는지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왜 세금에 시달려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내는 세금이 충분히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국민이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역행하는 한국 국세수입

최근 발표된 국세수입의 변화를 보면 국민이 왜 공감할 수 없는지를 알 수 있다. 올해 1~8월 국세수입이 172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0조 8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연말까지 이러한 추세로 가다보면 2015년에 이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세수입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으면 투자와 고용 및 소비가 많아지면서 세수가 증가한다. 중국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은 3분기 연속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6.7%를 달성하며 올해 목표치인 6.5%~7.0%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9월 세수입(지방세 포함)이 8조 9700억 위안(한화 1499조 828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 증가했다. 2012년부터 영업세를 증치세(한국의 부가가치세)로 개편하는 일명 '영개증(营改增)'이 올해 5월부터 중국 전역으로 확대 시행된 덕을 톡톡히 봤다.

서비스 산업 육성이 주요 목적인 영개증 실시 이후, 서비스 산업에 대한 민영 기업의 투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서비스업의 세수입이 6조 1704억 위안(한화 1039조 8359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2% 증가했고 이것이 세수입 증가를 견인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경제는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연도 및 분기가 끝나자마자 발표되는 수치)는 377조 9524억 원으로 2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2011년 이후 세 차례를 제외하고 줄곧 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세수입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니 어떤 국민이 공감을 할 수 있겠는가.

▲ 그림 1. 2011-2016년 분기별 경제성장률 추이 (단위 : %, 한국은행)

한국, 근로자가 봉?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수 변화를 보면 더더욱 공감하기 어렵다. 2011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수 구조를 보면 2011년까지만 해도 법인세의 세수가 소득세보다 약간 많았다. 그러나 2012년부터 소득세가 법인세를 웃돌더니, 근로소득세 과세제도가 개편된 2015년 소득세 세수가 대폭으로 증가하였다. 경제 침체로 그렇지 않아도 살기 힘든 근로소득자인데,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곳간만 채운 격이 돼 버려 오히려 근로소득자의 공분을 사고 있다.

▲ 그림 2. 2011-2016년 법인세·소득세 세수 현황 (단위 : 조 원, 국세청)

중국 근로자의 난

중국이 경제 성장과 함께 세수입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서 중국 국민이 세금에 공감을 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 내에서도 얼마 전 큰 논란이 있었다. 논란은 최근 국무원이 발표한 '도농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한 실시 의견'에서 비롯되었다. 의견은 "고소득자에 대한 세부담을 적당히 강화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일부 언론 매체가 연 소득이 12만 위안(한화 약 2022만 원) 이상인 자를 고소득자로 정의하면서 물가 등 현실이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은 금액이라며 논란이 됐다.

재정부와 국가세무총국이 직접 나서서 "중국은 2006년도부터 연 소득이 12만 위안 이상인 납세자에 한하여 자진신고납부 방식을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다. 12만 위안은 여기서 나온 것으로 이미 10년이 지났으므로 현재의 소득 수준에서 고소득자라고 볼 수 없다. 아직까지 고소득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12만 위안 이상이 고소득자라는 것은 잘못된 소문이다"라고 여론을 달래고 있지만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로 화자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베이징(北京) 근로자의 연 평균 임금이 8만 5038위안(한화 약 1433만 원), 상하이(上海)가 7만 1269위안(한화 약 1201만 원), 선전(深圳)이 8만 1036위안(한화 약 1365만 원)으로 12만 위안과 큰 차이가 없다. 더욱이 이 세 도시 화이트 칼라의 연봉이 10만~20만 위안(한화 약 1685만~3370만 원)임을 볼 때 "12만 위안 이상=고소득자"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세종대왕의 세금 철학을 본 받아

앞에서 보았듯, 소득세의 세수가 법인세보다 월등히 많아지면서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야당,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리면 오히려 경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정부와 여당, 개인소득세의 세부담이 OECD나 유럽연합 수준보다 낮다며 인상해야 한다는 중국, 어느 누구도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 하지 않고 있으니 어느 누구의 주장대로 되더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세금에 시달리며 '세금해방일'만을 기다릴 것이다.

세종대왕은 세금을 부과·징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비리를 없앰과 동시에 백성들의 세 부담을 줄이고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세금 제도인 공법을 즉위 초기부터 고민하였다. 그리고 백성이 좋아하지 않으면 공법을 시행할 수 없다며, 관리들에게 직접 백성들을 방문하여 공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도록 하였고 여론을 받아들여 공법을 확립해 나갔다.

한중 양국 모두 세종대왕의 세금 철학을 본 받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세금 제도가 만들어져 더 이상 '세금해방일'을 기다리는 날이 오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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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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