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전 BIFF 위원장, 1심서 집유 판결

"예상 못한 결과"... 항소 예정

업무상 횡령 혐의 의혹을 받은 이용관(61) 전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번 재판은 영화 <다이빙벨>을 둘러싼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등,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관련해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14년 11월 13일 사무국장 양모(49) 씨와 공모해 특정 업체와 거짓 중개 계약을 체결한 후, 협찬 중개수수료로 2750만 원을 지급토록 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26일 부산지법 형사3단독 윤희찬 부장판사는 이 전 집행위원장과 강모(52) 전 사무국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양모 사무국장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전모(57) 부집행위원장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위원장이 "그동안 허위 중개업체를 내세워 협찬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전자결제 승인을 하지 않았고, 직원의 사후보고만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으나, 관련 증거 기록을 검토한 결과 "묵시적 승낙 또는 승인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위원장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 지난 3월 25일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검찰에 출석해 17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후 부산지방검찰청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일은 단순히 전 영화제 조직위원장의 횡령 문제로 비춰지지만, 이면에는 파행을 거듭하다 올해 체제를 정비해 다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문제가 얽혔다. 영화계는 이번 일을 부산시장의 부당한 간섭에 저항하다 직위에서 해촉된 후 법정 고발당한 이 전 위원장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세월호 관련 문제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키로 했다. 하지만 여당과 정부발 외압 논란이 잇따랐다. 특히 부산시가 영화제 조직위원회에 이 영화 상영 중지를 요구하면서 영화계의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정당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영화를 일방적으로 상영 중지시키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이유였다. 이 전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부산시와 갈등 전면에 나섰다.

이후 정치권의 외압성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는 부산국제영화제 국고지원 예산을 반토막냈다. 감사원은 특별조사국을 동원해 부산국제영화제 비리 감사를 위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 이 전 위원장이 허위 계약으로 제3자에게 협찬중개수수료를 부정 지급했다는 의혹의 근거가 제기됐고, 이를 바탕으로 부산시가 이 전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영화계가 이번 재판을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을 훼손하려 한 보복성 조치로 보는 이유다. 영화계는 이 전 위원장을 부산국제영화제를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수준의 영화제로 키운 중요한 인물로 평가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년의 부침 끝에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던 조직위원장을 민간으로 넘기고, 당연직 임원 조항을 없애는 등 정관을 개정했다. 독립성을 강화해 올해 21회째 영화제를 치렀다. 하지만 예산이 크게 줄어들어 영화제 규모를 줄이는 등 잡음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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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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