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前사무총장 "최순실이 최종 결재자"

"차은택 호출해 회의실 가면 항상 崔 있어…모든 사안 결정"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라고 불리는 최순실 씨가 미르 재단이 벌인 사업에서 "최종 결재자"로 행세했다는 재단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이성한 전 미르 재단 사무총장은 21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재단이 추진한 한식 세계화 사업에 최 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주도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혔다.

이 전 사무총장은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는 최 씨와 차 전 단장이었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차 전 단장은 나를 호출해 회의를 진행했고, 예산 사용과 사업 방향에 관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어 그는 "차 전 단장이 호출해 회의실에 가 보면 그 자리에는 항상 최 씨가 있었다"며 "사업 초창기에 한 여성이 나타나 모든 사안을 결정하길래 그 정체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바로 최 씨였다"고 말했다.

최 씨가 미르 재단뿐 아니라 K스포츠 재단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전날 나오기도 했다. 전날 <한겨레>는 두 재단의 전현직 관계자들의 증언이라며, 최 씨가 이들에게 재단 설립 전 "재단이 체육과 문화에서 두 개가 만들어지는데 어느 쪽에서 일할지는 나중에 결정해서 알려주겠다"거나 설립 후 "VIP 관심 사항이다. 나라를 위해 애써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 씨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이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 '더블루K'에 대해 최 씨는 "블루K의 '블루'는 청와대를 의미한다"고 했다고 한다.

같은날 <동아일보>는 K스포츠 재단 직원을 뽑을 때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 스포츠계 인사는 이 신문에 "올해 K스포츠 재단 주요 보직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응모했지만 탈락했다"며 "나중에 '청와대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최 씨가 두 개의 재단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다는 증언이 연이어 언론에 나오면서, 그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조선일보>는 최 씨가 과거 번역한 책을 보면, 그의 직함이 '한국문화재단 연구원 부원장'으로 돼 있다고 전했다.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해산될 때까지 박 대통령이 32년간 이사장으로 있던 곳이다. 박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이던 시절인 1986년, 최 씨는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 원장을 맡기도 했다.

전날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두 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했을 뿐, 최 씨의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재단 비리'로 축소)

검찰은 최근 최 씨와 두 재단 관계자의 전화 통화 내역 조회를 위한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씨가 딸 정유라 씨와 함께 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 씨의 출국 당시 행선지는 독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주임) 외에 검사 4~5명을 투입해 수사를 팀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이날 <연합뉴스>가 전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정동구 전 K스포츠 재단 이사장과, 미르재단 실무자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 전 이사장은 앞서 언론에 "항상 누군가가 사무총장을 통해 지시를 내렸고 나는 안 나와도 그만인 인물, 즉 꼭두각시 이사장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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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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