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잡아먹는 중국, 한국은 안전한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두 얼굴을 가진 중국 기업의 공격적 M&A

최근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 합병(M&A)이 급증하고 있으며 대상 기업도 에너지·원자재 분야에서 IT·제조업·서비스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 국가 안보, 특정 산업의 보호 등을 이유로 취소나 거절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또 급속한 진행에서 오는 우려와 더불어 지나친 차입에 의존하는 M&A, 전문성과 경험 부족 등으로 시장에 불확실성을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다시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라는 비관론으로 이어지는 기업의 부채 비율 증가, 중국 외환 보유고의 감소, 국유 기업 구조 조정에 대한 이견 충돌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미래도 불투명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시간이 모자르다.

질풍노도처럼 달려온 중국 기업의 M&A 역사


중국에서의 첫 번째 M&A는 1985년 홍릉그룹에 의한 미국 림(Rheem)인터내셔널의 극동사업부이다. 홍룽그룹은 림의 시설 설비를 보강하여 철제와 플라스틱 용기 등을 만드는 15개 공장을 거느리는 기업으로 진화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05년 미국의 상징이라고 할 IBM의 PC 사업부는 17.5억 달러의 현금과 부채를 떠안기로 한 레노보(Lenovo) 그룹의 품으로 넘어갔다. 레노보 그룹은 이후에도 2011년에 독일의 메디온(Medion)과 일본의 NEC PC 사업부를 인수했고, 지난 10월 6일에는 일본 후지쯔 PC 사업부 인수 협상을 진행한다는 뉴스가 외신을 타고 들어왔다.

그런가 하면 브라질의 가전 업체 디지브라스(Digibras)를 2012년에 인수했고,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 스톤웨어(Stoneware)도 같은 해에 편입됐으며, 2014년엔 구글(Google)이 사들였던 모토로라(Motorola Mobility)도 29.1억 달러에 사들임으로써 다각화의 길을 모색해 가고 있다.

2015년은 중국 기업의 해외 M&A가 극에 다다른 해로 860건에 거래액도 1,572억 달러로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하였다. 특히 스위스의 세계적인 종묘 농약 업체 신젠타(Syngenta)를 켐차이나(ChemChina)가 467억 달러로 인수해 해외 인수합병 사상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는 2016년에도 확대되고 있는데, 지난 9월 말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지난해의 기록을 넘어선 1739억 달러로 601건인데,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두 얼굴의 M&A, 약인가 독인가?

지난해부터 더욱 빨라진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세계적인 경제 침체 및 중국 경기 하락과 맞물려 있다.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으로서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로 내수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에 처하게 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도 경기 둔화를 반전시키는 대안의 하나로 해외 M&A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러한 흐름에 잘 부응한 레노보 그룹의 경우는 M&A를 통해 PC를 중심으로 내수 시장과 더불어 미국, 유럽, 일본, 남미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시장을 석권하는 위치에 이르렀으며 점차 관련 분야로 다각화하는 길을 가고 있다.

특히 IBM 인수에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본사를 미국 뉴욕으로 옮겨 현지 직원과 시장을 안정시키고, 최고경영자가 R&D 중심지인 노스캐롤라이나의 모리스빌로 미국 본사를 이전하고 가족과 함께 이주함으로써 정착했다. 이러한 결과로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2015년 처음으로 100위권 안으로 들어갔으며, 2016년에는 한 계단 올라 99위에 자리하고 있다.

▲ 레노보가 인수한 기업들. ⓒlenovo.com‎

그런데 이러한 M&A의 문제점도 있다. M&A가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통해 전략적으로 시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국 기업들은 자사의 규모보다 훨씬 크고 전문성도 부족한 가운데 이를 시도하기도 한다. 또 중국의 은행 역시 해당 기업의 담보가치 이상의 무리한 대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벗어나기 어렵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시장 가격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인수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미래 성장을 위한 자원 통합에 실패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은행의 부실을 초래하여 금융 위기로 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결국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중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고, 연쇄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비관론으로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에서 중국 기업들의 사냥

중국 기업들의 M&A는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2004년 상하이자동차(上汽集团)가 쌍용자동차에 대한 M&A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다. 2015년 한국에서의 중국 기업 M&A는 33건, 19.3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다. 이들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특히 문화 콘텐츠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침체와 자국의 경쟁 심화로 인해 M&A를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경쟁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강자들로 거듭나는 전자제품 기업들의 M&A는 두렵기조차 하다. 레노보는 말할 것도 없고 하이얼(Haier), 메이디(Midea), 하이센스(Hisense), TCL 등은 주로 일본의 전통적인 가전 제품 기업들을 모조리 M&A하고 있으며, 이제 눈을 독일 쪽으로 돌리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 역시 이들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중국 기업의 M&A 영역이 확대되면서 우리의 주력 산업 경쟁력 상실이 서비스업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적인 추세는 거스를 수 없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의 활동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정부와 금융 기관들의 더욱 적극적인 산업구조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국내 M&A 활성화를 도모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더불어 중국은 국유 기업의 개혁 대한 방향과 방법론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입장이 대립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에 대한 해법에 대해서도 시 주석은 과잉 생산의 해소를 공급 측 개혁을 통하여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리 총리는 재정·금융의 경기 부양을 통한 안정적 성장을 중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중국 기업들의 M&A가 더욱 경쟁적으로 진행되는 환경을 만들 것이고, 결국 중국 경제에 잠재적 독약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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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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