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이날 야당 단독으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미르 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관계자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대기업 관계자는 "안종범 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이야기를 해서 전경련이 일괄적으로 (대기업들에 출연금을) 할당해서 했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은 이 녹취록을 바탕으로 "미르 재단, K스포츠 재단의 자금 모금을 누가 주도했나 봤더니 정부 조직인 창조경제추진단의 공동단장인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차은택 문화창조융합본부장 두 사람이 주도했다"며 "이 외에 안종범 수석이 개입하지 않고 미르 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800억 원 모금이 가능했겠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차은택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와 각별한 사이로,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정부가 미르 재단의 인사는 물론이고 사업 내용까지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발언도 있다. 노웅래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미르 재단 관계자는 "(미르 재단의) 이사장, 사무총장, 팀장들까지 전부 다 차은택 단장의 추천으로 들어온 건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슨 사업을 해야 한다고 여기저기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정부에서 도와준다니까 '이것도 하라, 저것도 하라'고 사업이 들어온다"고 증언했다.
앞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안종범 수석이 미르 재단, K스포츠 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정부는 기업으로부터 돈을 뜯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황교안 총리는 "안종범 수석이 그런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불법이며 그런 조치는 위법이 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또한 두 재단의 설립 자금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승철 부회장이나 노웅래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나온 대기업 관계자 중에 한 명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미르 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출연 증서를 출력한 시점이 미르 재단이 설립 허가를 신청한 2015년 10월 26일 오전 9시께로 몰려 있다는 점도 의혹으로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했다면 시간이 다 달라야 하는데, 10월 26일 당일이 마치 가이드라인 마지막 날이어서 할 수 없이 출연한 것처럼 보인다. 이게 자발적인가? 상식적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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