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새누리 보이콧해도 국정감사 정상 진행"

"靑, 국회와 전쟁하나"…새누리는 "靑 전폭지지, 丁의장 물러나야"

여소야대 국회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의결되자, 여당인 새누리당이 강력 반발하며 국정감사 등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야당도 물러서지 않고 단독 국정감사 강행 불사 의지를 밝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야3당은 오늘 오전 원내대표 간 전화 통화를 했다"며 "설사 집권당이 국감을 보이콧하더라도 야3당은 예정된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집권당이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하면 국민의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해임 건의안 후속 조치는 후속 조치대로 논의하고, 국감은 국감대로 논의하자"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누리당에서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있을 수 없는 책임 회피"라며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전원 내일 국감에 임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원내대표는 "만약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께서 개회를 하지 않으면 사회권을 국회법에 따라 요구하고, 우리 당 소속 상임위원장은 예정대로 국감을 진행시키겠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같은 결정을 하실 것을 기대한다"고 구체적 대처 방안까지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122석)과 국민의당(38석), 정의당 등 야3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166석으로 과반이 된다.

새누리, 野 맹비난…"국회의장 사퇴, 야3당 사과해야"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야당과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강경 비난을 쏟아냈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와 야3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같은 요구가 현실화되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평이 다수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과 관련해 "(야당이 청문회에서) 국민을 속인 게 드러났으면 사과해야 하는데, 사과는 고사하고 해임을 의결한 것은 도둑이 집주인에게 몽둥이를 들고 달려드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번 해임 건의안 의결은 정말 상식에 맞지도 않고 이해할 수 없는, 다시는 관행으로 남겨선 안될 일"이라며 "왜 이런 일을 했느냐, 아주 간단하다. 야당의 대선 전략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해임 건의안 통과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정진석 원내대표에 대해 "사퇴는 없다"며 "우리 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아주 뜨거운 박수로, 만장일치로 원내대표에 대해 재신임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지금까지도 힘들게 일했지만, 더 단호하고 분명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뜻이었다)"고 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탈진으로 앓아누운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인 이장우 최고위원은 "정세균 의원은 반의회주의자, 의회 독재자, 의회 민주주의 파괴자, 더불어민주당의 행동대장일 뿐이고 더 이상 국회를 대표할 수 없다"며 "정세균 의원은 직권 남용 및 권리 행사 방해죄로 형사 고발,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권한쟁의 심판 등 모든 수단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야당의 부당한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에 대해 대통령께서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우리 당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많은 국민들도 이에 수긍하고 동의하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총장은 "우리 당은 (정세균 의장을)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으로 선언하고 우리 당의 국정 활동에 있어서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이라는 명패를 들고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야3당의 '야당 단독 국정감사' 으름장에 대해 김정재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야당만으로도 국정감사 일정을 밀어붙이겠다며 의회 독재와 횡포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고 비판했다. 다만 최고위에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야당이 이번에 한 행동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여당은 국정운영의 책임자"라며 "국정이 하루라도 중단돼선 안 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향후 국회 의사일정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정세균 "해임 건의안 처리, 적법하게 이뤄졌다"


한편 정세균 의장 측은 해임 건의안 처리에 법적·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안건 처리는) 헌법 및 국회법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국회 사무처는 보도자료를 내어 "23일 본회의는 교섭단체 의원총회 등으로 개의가 지연돼 오후 2시에 개의하게 됨에 따라 예정된 안건 심의를 완료하지 못했다"며 "특히 해임건의안은 처리 시한이 법정되어 있어 국회가 법적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24일 본회의 개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국회법 제77조 '회기 전체 의사일정 변경 절차'에 따라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의 협의를 거쳐 24일 본회의를 개의했다"고 해명했다.

해임 건의안과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결의안의 순서를 정 의장이 마음대로 바꿨다는 지적에 국회 사무처는 "당일 의사일정은 그날에만 효력이 있으므로, 24일 본회의 의사일정은 (전날인) 23일 본회의 의사일정에 구속받지 않고 국회의장이 다시 심의 대상 안건과 순서를 정할 수 있다"는 논리로 피해 갔다. "8차 본회의는 23일 자정(24일 0시)의 도래와 함께 종료되었다"는 게 사무처의 주장이다.

野, 청와대 해임건의안 거부에 "민주주의 도전"

야3당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 관련,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동민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1955년 최초의 국무위원 불신임안이 가결된 이래 청와대가 국회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은 적은 없었다"며 "고(故) 박정희 대통령도 국회의 해임안 건의를 존중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 법적 통보 절차가 채 진행되기도 전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며 "오만과 불통의 극치다.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국회의 결정과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박경미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김재수 장관은 애초에 국회가 부적격 판정을 낸 인사"라며 "경제가 이처럼 위태로운데 장관 해임 건의안을 거부한 것은 국회와 싸움이라도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해임건의안은 안 받아들여진 적이 없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받아들여졌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해임건의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우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김재수 장관의 사표 제출과, 새누리당과 국무위원들의 의사진행 방해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정진석 원내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에 대해 막말을 하고,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이에 장관들이 참여하는 모습이 부끄러웠다"며 "필리버스터에 동원된 의원·장관들, 여당 원내대표는 의장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장진영 대변인 논평에서 "박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를 무시하기로 했다"며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상시청문회법을 거부해 의회에 선전포고를 하더니 이제는 전쟁하듯 의회를 적대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의회주의 부정이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국민의당은 "작금의 비상시국에 위기와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장본인은, 건전한 비판에는 귀를 닫은 채 고집과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비상한 경제상황에서 소모적인 정쟁으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에 남긴 글에서 "이번 해임 건의안 의결도 대통령의 '네 탓', 책임 회피, 독선의 결과"라며 "거듭 진언드린다. 해임하셔야 한다. 혼자 가시면 실패하신다. 국민과 국회, 야당과 함께 가시면 성공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날에도 "해임 건의안을 대통령께서 거부하면 또 한번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독선"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도 "대통령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결정을 거부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하고 "박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이 또다시 막장의 새로운 역사를 남긴 날"이라고 규탄했다. 정의당은 "반성과 사과는커녕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뜻마저 짓밟은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을 보며 다시 한 번 독재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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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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