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대정부 질문이 끝난 뒤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을 표결하겠다고 밝혔다. 의석수 129석인 새누리당은 해임 건의안을 부결시키려면 필요한 국회의원 재적수의 과반인 151명을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지연 작전'을 펼치기로 방침을 바꿨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전 9시에 연 의원총회를 오후 3시까지 끌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본회의 대정부 질문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열렸다. 2시까지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2시 12분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로 '더 지연할 수 없다'며 본회의를 열었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한때 '필리버스터'를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방안은 본회의가 시작하기 전에 의사 진행 발언을 신청해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으로 어그러지자, 방향을 선회했다. 대정부 질문 시간을 최대한 끄는 방안이 검토됐다. 의원들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은 제한이 있지만, 정부 관계자의 답변 시간에는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현안 브리핑을 열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오후 본회의장에 들어오기 직전 새누리당 김도읍 수석부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 재석한 정부 관계자를 대거 소집해 '시간 끌기'를 목표로 한 '답변 늘이기'를 요청했고, 이 장면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다수 관계자에게 목격됐다"고 말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국회의 정당한 의사 진행 과정을 방해하기 위한 다수당의 꼼수가 가관"이라며 "여러분은 지금 정부에 의한 필리버스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초유의 의사 방해를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 5분께 질문자로 나선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줄이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답변을 늘리는 방식으로 50분을 보냈다.
새누리당 임이자 의원도 자신의 질문 차례가 오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불러 '정부 노동 개혁안을 설명해보라', '노사정이 대립한 쟁점이 뭔지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통해 36분을 끌었다. 이기권 장관이 시간을 끌 듯이 답변하자, 본회의장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기권 장관에게 "답변을 좀 핵심 위주로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주의를 줬다.
임이자 의원은 특히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블로그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인용 발언에서는 "따옴표 열고", "괄호 열고"라고 적힌 부분까지 읽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 22일 김재수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 보고된 지 72시간 내에 해임 건의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되지 않으면 해임 건의안은 무산된다. 새누리당은 해임 건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표결에 불참한다는 방침이다.
애초 야3당 공조로 '김재수 해임건의안'을 내기로 했던 국민의당은 일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반발을 이유로 공조에서 빠졌다. 다만,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에서 25표를 확보해준다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했다"면서 의원들에게 '대기' 요청을 보낸 상태다.
한편, 설사 이날 해임 건의안이 가결되더라도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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