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화 위해 北에 준 돈, 핵개발 자금 됐다"

4차 핵실험 때 논란 '북핵 전용론'…5차 핵실험 후에도 '재탕'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북한의 다섯 차례에 걸친 핵실험의 원인에 대해 "소위 대화를 위해 주었던 돈이 북한의 핵 개발 자금이 되었다"고 발언해 파장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이 어떤 "돈"인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정치적 논란을 비켜갔지만, 과거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금품 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과거 민주당 정권 10년 간 북한에 지원한 '금품'이 핵 개발을 위해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지원이 핵 개발 자금으로 들어갔다는 증거는 현재 없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지난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개성공단에서 북쪽에 지급된 임금 등이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증거자료가 있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홍 장관은 이후 "증거는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나서 북한이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하자, 박 대통령이 또 다시 '대북 지원 북핵 개발 전용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됐다는 분석들이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 4차 핵실험 당시 고위 관계자가 제기한 설익은 논리를 또다시 '재탕'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협상을 하겠다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북한은 물 밑에서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그 시간을 이용했고, 결국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이미 9년 전에 임기를 마친 '과거 정권 10년' 탓을 했다.

북한은 보수 정권 9년 동안 무려 네 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최소한 보수 정권의 북핵 관리 능력은 낙제점 수준인 셈인데, 그에 대한 언급은 없고 과거 정부 때리기에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

▲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 앞에서 사드 배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청와대 제공)

분쟁 위기감 고조시키고, 야당·김정은 등 전방위 때리기

박 대통령은 "북한이 고도화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바탕으로 마음 내키면 어떤 형태의 도발이라도 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며 '전쟁 위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 와중에 일부에서는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대북제재의 무용함이 증명됐다고 하면서 대화에 나설 때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고 야당의 주장을 비판했다.

현재 미국 내부에서도 북한과 대화 카드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인데, 박 대통령은 거듭 '강경론'만 되풀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나아가 "이제 북한은 더 이상 핵 포기를 위한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며 핵과 미사일 등의 도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대화 가능성을 아예 차단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또 다른 일부에서는 사드 배치 결정과 같은 우리의 자위적 조치가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불러 일으켰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소방서가 있어서 불이 났다고 하는 것과 같은 터무니없는 논리"라고 사드 배치 반대론에 대해서도 비판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 김정은은 주민의 민생은 철저히 외면한 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면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최근에 북한에 큰 수해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수해 복구보다 5차 핵실험에 매달리고, 그것도 모자라 또 신형 로켓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북한 주민들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정권 유지와 사리사욕만 생각하는 현실이 기가 막힐 뿐"이라고 북한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저와 정부는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꺾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우선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새롭고 강력한 제재 도출에 최선을 다하면서 이와 별도로 여러 나라들과 함께 대북 압박을 위해 필요한 독자적 조치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강조해 왔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스스로 분쟁하는 집은 무너진다'고 하면서 국민적 단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며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 국민들이 단호한 자세로 하나가 되어야만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고 국민 단합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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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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