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시행된 홍콩 입법회의원(국회의원격)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의 지도자와 친(親)독립 성향 청년 후보들이 잇따라 당선되며 '영(young) 파워'를 과시했다.
5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권인 자치파는 직선제로 치러진 지역구 의석 35석 중 19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간선제로 치러진 직능대표 의석 30석 중 8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며 소수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직능대표 의석 중 직선제 5석은 오후 3시50분 현재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자치파는 직선 직능대표 5석을 빼고도 기존 의석 수인 27석을 차지하면서 3분의 1(24석) 선을 확보, 각종 법안 의결 때 '비토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우산혁명을 계기로 자치파 내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한 급진파와 친독립파가 모두 8석을 확보해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가 됐다.
자치를 넘어 홍콩의 조기 자결을 원하는 급진파와 독립을 선호하는 친독립파는 경계가 모호하지만, 반중국 정서가 강한 젊은 층이 주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급진파의 대표 주자는 역대 최연소 입법회의원으로 선출된 네이선 로(羅冠聰·23)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주석이다.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주역인 로 주석은 10년 내 홍콩의 미래를 결정할 국민 투표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장발(長髮)로 유명한 렁콕훙(梁國雄) 사회민주연선(社會民主連線) 주석과 에디 추(朱凱迪·38) 사회활동가, 라우시우라이(劉小麗·여·40) 홍콩이공대 강사도 우산혁명에 주도적으로 참가한 급진파로 분류된다.
친독립파로 인식되는 영스피레이션(靑年新政)당의 식스투스 렁(30·일명 바지오 렁·梁頌恒) 위원장과 야우와이칭(游蕙禎·25·여) 후보도 각각 신계동과 까우룽 서에서 당선됐다.
신계 서에서 당선된 청충타이(鄭松泰) 열혈공민(熱血公民) 후보 등도 친독립파로 분류된다.
자치파 내 젊은 층이 선전한 것은 강화되는 중국 당국의 간섭에 불만을 느낀 젊은 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58%로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야우 후보가 자치파 거물인 웡육만(黃毓民) 의원을 제치고 당선되는 등 자치파 내 거물급 의원이 잇따라 젊은 층에 고배를 마셨다.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 희생자 추모를 주도하는 시민단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주석을 지낸 리촉얀(李卓人·59) 공당(工黨) 의원과 3선인 시드 호(何秀蘭·62·여) 의원 등도 낙마했다.
친중국파는 38석을 확보해 직능계열 직선 5석을 모두 확보해야 기존 의석수를 유지할 수 있지만, 전승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에서 연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중국 성격이 강한 젊은 층이 대거 입법회로 진입함에 따라 중국 당국의 대(對)홍콩 정책에도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정치 분석가 윌리 램은 AFP통신에 유권자들이 중국 당국에 강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새로운 보호자를 선택했다며 "선거결과에 매우 실망한 중국 당국이 홍콩을 더욱 옥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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