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의장 사퇴결의문 낸 새누리 "투쟁!"

보이콧·시위·의장 면담…여소야대로 바뀐 여야 대립 풍경

새누리당은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통해 고위 공직자 전담 수사기관 논의를 당부하며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의 직 유지와 일방적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비판한 것에 반발해 본회의와 인사청문회 등 주요 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 했다.

새누리당은 또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정 의장 사퇴 결의문을 발표하고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 의장이 국회 의장의 중립성을 위배했다며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 (☞ 관련 기사 : 정세균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 부끄러운 일")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는 정부-여당이 '조속 처리'를 거듭 요구해 온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등이 통과될 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정 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아 의사 일정을 전면 중단시킨 것은 "민생을 돌보는 일보다 자당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새누리, 추경·청문회 제쳐놓고 "정세균 사퇴하라"

정세균 의장 개회사에 반발한 새누리당이 이날 보인 행보는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세균 의장 개회사가 끝나자마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고성 섞인 반발 후 본회의장을 빠져나갔고,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를 기념하는 사진 촬영에 불참함과 동시에 본회의 등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 관련 기사 : 새누리, 초유의 보이콧…우병우 때문에 추경 포기?)

이후 새누리당은 긴급 의원 총회-긴급 최고위원회의-긴급 의원 총회-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문 발표-정 의장 면담-의원 총회 등을 릴레이로 진행하며 시위를 이어나갔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에도 불참해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가 진행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긴급 최고위와 의원총회를 거치며 새누리당이 내놓은 요구는 정세균 의장의 사과와 사퇴다.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 선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늘 대한민국 국회는 무너졌다'면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70년간 이 땅의 의회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노력한 선배 정치인들의 모든 피와 땀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또 "국회의장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국회법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며 당리당략을 택했다"면서 "국회를 대표해야 할 국회의장이 좌파 시민단체나 할 법한 주장을 개회사에 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정 국회의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며 "아울러 의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할 경우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연단에 서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지금부터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이날 중 본회의 재개 불투명…'여소야대' 국회가 바꾼 여야 대립 풍경
결의문 발표 후 새누리당 지도부는 곧바로 정세균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비공개로 이루어진 면담이었지만 사무실 문틈 사이로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그리고 이장우·조원진 최고위원들이 정 의장을 향해 쏟아내는 고성이 간간이 터져 나왔다.

이 최고위원은 정 의장에게 "나도 행정학과를 나왔다"면서 정 의장의 개회사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따졌고 중간 중간 "사퇴하시라"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정현 대표 또한 정 의장에게 "국회의장이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항의했다.

새누리당은 현재로선 추경안 통과보다 국회의장의 사과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새누리당이 추경이 급하다고 계속 요구해오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추경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이것(정세균 의장 사과)부터 먼저 우선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 간담회를 자청하고 "집권 여당이 국회의장 발언을 문제 삼아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것을 처음 본다"며 "우병우 민정수석을 지키는 것이 추경안 통과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본회의가 이날 중 열려 추경안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의사 일정 복귀를 기다리고 있으며,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의장 면담을 마친 지도부들과 함께 비공개 대책 회의를 진행한 후 국회 본청을 떠났다. 오후 9시까지 정 의장의 사과를 기다려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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