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朝 전쟁 발발?…대선 앞두고 보수 분열하다

<조선> 우호적 세력 안 보여…우병우 '황제 수사' 논란 될 듯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판 보도가 결국 자사 간부를 비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31일 반격했다.

호화 접대 의혹 및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으로 논란이 된 송희영 전 주필의 사표를 받아 '꼬리 자르기' 한 후, 최근 청와대의 폭로를 사실상 '<조선일보> 죽이기'로 규정하는 듯한 모양새다. 앞서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30일 "조선일보 간부가 대우조선 사장 연임 로비를 하다가 안 되고 유착 관계가 드러날까 봐 우병우 처가 땅 기사를 쓰게 했다"는 식의 주장을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이날자 사설을 통해 "청와대 인사가 권력형 비리 의혹 보도의 당사자가 된 것은 권력 측에서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그 청와대 인사가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고 우 수석을 거론한 후 "그렇다고 해서 현장 취재 기자들이 권력 비리의 의문을 갖고 발로 뛰어 파헤친 기사를 그 언론에 있는 다른 특정인의 도덕적 일탈과 연결지어 음모론 공격을 펴는 것은 적어도 청와대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취재 경위에 대해서도 밝혔다.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 땅 의혹은 한 유력한 외부 제보를 바탕으로 조선일보 사회부 법조팀 기자들이 발로 뛰어 확인하고 취재 보도한 내용"이라며 "2015년 진경준 씨가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 우 수석의 민정수석실이 인사 검증을 하면서 재산 공개 자료에 버젓이 나와 있는 '88억 넥슨 주식 보유'를 눈감아 줬다. 왜 그랬는지가 큰 의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그런데 진경준에게 뇌물을 줬던 그 넥슨이 2011년 급매물로 나온 우 수석 처가 땅을 급매가보다 153억 원이나 많이 주고 샀다는 사실을 본지 기자들이 취재로 확인한 것"이라며 "이 사실을 알고도 우병우-진경준-넥슨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보도하지 않는다면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본지 기자들은 큰 특종이라고 판단될 경우 사내(社內)에도 알리지 않고 밤 11시 이후 마감하는 최종 인쇄판에만 보도해 왔다. 그런 보도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조선일보 사장과 발행인도 아침 신문에서 우 수석 처가 땅 의혹 보도를 처음 보았다. 송 전 주필은 말할 것도 없다"며 "조선일보에서 주필은 편집인을 겸하기는 하지만 사설란만 책임질 뿐 편집국 취재와 보도는 편집국장에게 일임돼 있다. 주필이 취재 기자에게 직접 기사 지시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날자 신문 1면에 송희영 전 주필 관련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신문은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통해 "조선일보를 대표하는 언론인의 일탈 행위로 독자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송 전 주필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은 향후 엄정하게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송 전 주필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호화 접대' 의혹 제기 여파로 인해 주필 자리에서 물러났고, 지난 30일에는 사표가 수리됐다. 송 전 주필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고 남상태 전 사장 연임 로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와 청와대, 2017년 대선 앞두고 '보수 진영' 분열 심화되나?

2017년 대선을 전후한 정계의 지각변동을 앞두고, 보수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에 우호적인 세력이 많지 않은 것도 눈에 띤다. <조선일보>는 자사 기자의 SNS 도청 의혹을 제기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 등은 송 전 주필 사건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누출 의혹을 비판하는 보도를 연일 내놓고 있다.

검찰은 노골적인 '우병우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 수석의 가족 회사 '장강'을 압수수색하며 쇼핑백 몇 개를 들고 나온 장면은 압권이었다.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검찰이 노골적인 '정치 행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수사가 부실 수사로 이어지면, 보수 진영 내 갈등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대선이 '우병우 대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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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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