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옥시·폭스바겐, 한국 무시하는 이유는?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한국과 중국, 소비자 권익 보호에 눈돌려야

최근 한국 사회를 들썩이고 있는 옥시, 이케아, 폭스바겐 등 일련의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기업과 소비자 관계에 대한 성찰을 필요하게 만든다. 물론 각 사건의 구체적 정황과 성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를 모두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후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특히 이케아나 폭스바겐은 미국과 한국 소비자에게 각기 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고, 이에 대해 언론은 '한국만 차별', '한국 소비자 무시' 등을 보도하며 한국 소비자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사실 한국 소비자에 대한 다국적 기업의 차별 논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정말로 한국 소비자를 고의적으로 차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자국의 소비자를 '호갱'으로 만드는 국가 제도

비슷한 시기에 한국뿐만 아니라 이케아가 진출해 있는 중국과 유럽 등도 문제가 되고 있는 서랍장과 관련, 리콜 제외 국가로 분류됐다. 함께 차별(?)을 받고 있는 중국과 유럽은 한국의 반응에 비하면 다소 소극적이다. 유럽은 아예 미국의 기준처럼 서랍장이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무겁게 만드는 것 자체를 반기지 않고 있다. 그만큼의 소비자 가격이 올라갈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과 같이 별다른 반응이 없던 중국은 언론 매체의 소비자 차별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이케아에 대해 강력한 시정 조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케아는 중국에서 문제가 된 서랍장 170만 개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이케아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에 대해서 시종일관 "현지 국가의 안전 기준에 충족하기 때문에 제품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런데 돌연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케아 입장에서는 엄청난 구매력을 가진 중국 소비자를 포기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미국과 같이 국내 엄격한 안전 규제에 따른 리콜 실시가 아니라는 점이 한국 소비자를 더욱 서글프게 하는 대목이다.

중국에서는 이케아 서랍장 사건을 억지 아닌 억지로 해결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강화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킨 계기가 되었다. 사실 언론에서 보도되는 다국적 기업의 국내 소비자 차별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가 차별당하는 현상 자체보다는 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는 제도상의 미비에 있다. 따라서 당장 눈앞에서 다르게 대우하는 현상만 놓고 감정적으로 발끈하여 무조건 똑같이 해 달라는 것도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이 활개를 펴게 해서도 안 된다. 다만 피해 받고 있는 소비자 권리에 대해 당당하게 요구하고 소비자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소비자 권익 보호 국내 제도 강화하고 있는 중국

다국적 기업의 소비자 차등 대우의 기준은 각 국가의 안전 기준 및 소비자 보호 제도에 따른 것이다. 애초에 중국과 한국이 이케아 서랍장 리콜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이미 한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과 중국의 제품 안전 기준을 통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의 안전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아예 시장에 유통조차 될 수 없으니 말이다.

때문에 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내 안전 기준에 대한 새로운 점검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처지에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일련의 식품 안전 사고로 소비자 안전 보호에 대해 한 차례 경종이 울렸다. 이후 지속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재정비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 '소비자권익보호법(消费者权益保护法)'이 대대적인 수정을 거치면서 소비자 보호가 한층 강화되었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제정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가 추가된 것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본 법 제55조는 사업자가 사기 행위를 한 경우 구매가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물품의 하자를 알면서도 이를 제공하여 소비자에게 인신상 손해를 야기한 경우 손해액의 2배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는 악의적이고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여 가해자의 악성을 징벌하고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2010년 7월 1일 시행된 '침권책임법(侵权责任法)'에서도 제품의 하자 등에 대한 피해 구제 수단으로 징벌적 손해 배상이 명문화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2015년 3월부터 시행되는 '소비자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처벌 방법(侵害消费者权益行为处罚办法)'에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업자의 행위를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어 소비자가 사업자에 대해 비교적 용이하게 징벌적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 보완은 되고 있지만 모든 소비자가 법률 제도 하에 안전하게 보호받기까지는 여러 차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맹목적 기업 보호를 위한 규제 완화는 이제 그만

최근 한국에서도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이로 인해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나 집단 소송 제도와 같은 제도의 도입에 앞서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에서 법률 제도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립이 더 시급해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국가'의 이미지를 마치 훈장인 양 여겼다. 기업의 생산 경영 활동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을 전제로 마련된 제도와 규제들이 이제 와서 한국 소비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겨냥하고 다국적 기업의 '호갱' 소리를 듣게 만든 근원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규제 기준은 수출국의 기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수입국의 기준에 따르고 있다. 따라서 같은 상품에 대해서도 각 국가마다 안전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결국 미국에서는 문제가 되지만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의 독일에는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소비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에 대한 안전 기준 및 검사·감독이 매우 까다롭다. 자국의 까다로운 기준과 규제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아예 시장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혹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수단이 될 것이다.

기업 활동 촉진을 위한 맹목적 규제 완화나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단순하게 특정 제도를 실시하는 것은 이제는 크게 의미가 없다. 기업과 소비자의 건전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다시는 기업이 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이윤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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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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