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위안부 기림일' 행진…"피해자 짓밟은 한일 합의, 무효"

[언론 네트워크]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한일합의 무효"와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대표 안이정선)'과 '대구평화나비(대표 김가람)'는 10일 저녁 대구백화점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공동행동'을 갖고, '제1243차 수요집회'와 '제7회 평화인권 걷기대회'를 열었다. 이러한 공동행동은 8월 한 달간 전 세계 47곳(국내 32곳, 해외 15곳)에서 진행된다.

▲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학생(2016.8.10.대구백화점 앞) ⓒ평화뉴스(김지연)

▲ 이용수(89)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2016.8.10) ⓒ평화뉴스(김지연)

특히 이들은 한일 합의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된 데에 이어 9일 국장급 회담에서 재단출연기금의 사용처와 출연시점 등이 합의된 것이 알려지자 "한일합의 무효", "재단설립 중단", "일본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을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용수(89)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비롯해 학생, 시민 15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성광고, 경산고, 효성여고 등의 역사동아리 학생들도 참가해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을', '정의로운 해결을 원한다' 등의 피켓을 들었다. 집회 후에는 한일극장, 공평네거리, 봉산육거리, 통신골목을 거쳐 대구백화점까지 2km가량을 행진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한일정부의 위안부문제 합의로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는 정부간 거래조건이 됐다"며 "지난 25년간 피해자들이 외쳐온 요구는 외면당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중대한 과오이자 외교참사"라며 "한일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화해·치유재단 강행 중단 ▷피해자 인권회복 실현과 ▷공식사죄, 법적배상 ▷군국주의 부활정책 중단 등을 양국에 촉구했다.

▲ '일본 사죄', '한일 외교장단 합의 무효'를 촉구하는 시민(2016.8.10) ⓒ평화뉴스(김지연)

▲ "한일합의 무효, 정의로운 해결로"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2016.8.10) ⓒ평화뉴스(김지연)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은 수 십만명의 소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 고생시키고 죽였다"며 "그러나 범죄를 인정하지도, 진정성 있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참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당사자로서 역사를 바로 세워 학생들이 올바른 세상을 살도록 평생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싸우겠다"며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안이정선 시민모임 대표는 "당시 피해자들이 겪었던 끔찍한 고통을 당사자가 나서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며 "김학순 할머니가 진실을 위해 아픈 상처를 털어놨다. 때문에 위안부 문제는 공론화됐고, 치유와 화해를 위한 시도가 있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합의로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해 피해자들이 외쳐온 노력이 짓밟혔다"며 "이런 식으로는 그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도, 화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학생들(2016.8.10) ⓒ평화뉴스(김지연)

▲ '한일합의 무효', '할머니 힘내세요'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고등학생(2016.8.10) ⓒ평화뉴스(김지연)

경산고 역사동아리 '반크'에서 활동하는 윤정환(18)군은 "한국과 일본정부는 피해자들이 싫다는 합의를 강행하는 폭력을 저질렀다"며 "그들의 합의는 할머니들의 눈물과 노력을 바꿀 수도,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산(29)씨도 "당시 소녀였던 피해자들은 이제 팔순이 넘었다"며 "그들의 남은 시간을 정의롭고 진정한 사과가 전제된 치유의 시간으로 채워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위안부' 기림일은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처음 세상에 알린 고(故) 김학순(1924~1997) 할머니를 비롯해 전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날이다. 2012년 제11차 아시아연대회의에서 매년 8월 14일을 '위안부' 기림일로 정하고 공동행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여성가족부에 공식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40명이고 대구·경북지역 생존자는 지난 6월 김모(90)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현재 4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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