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성남시 청년 배당과 무상 산후 조리원 등 청년 실업과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복지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왔던 정부·여당이 서울시 청년 수당을 둘러싸고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청년들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해 그들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복지 포퓰리즘'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면서 청년 수당에 대해 직권 취소를 단행했고, 새누리당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골라 지원하는 '박원순 청년 지지 수당'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가 성과 연봉제를 조기 도입한 공공 기관에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결정하자 노동조합은 수령 거부를 결의하면서 공공 부문 노사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기재부가 밝힌 성과 연봉제 조기 도입 기관에는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취업 규칙을 변경한 기관과 근로기준법 및 단체 협약 위반으로 고소 고발된 기관까지 포함되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해야 하고(4조), 취업 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에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득하도록 명시(94조)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단체 교섭권이다. 정부가 서울시 청년 수당 위법성의 근거로 지자체가 사회 보장 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한 사회보장법 26조를 근거로 들고 있다면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결정만으로 근로 조건을 변경한 공공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줄 것이 아니라 강력한 페널티를 적용해야 마땅하다.
법률상으로도 '협의'와 '합의'는 엄연히 다른 구속력을 가지지만 노동 현장에서 그 차이는 '산 자'와 '죽은 자를 결정한다.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가 가능하도록 한 정리 해고법은 사용자가 해고 대상자와 기준에 대해서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노동조합이 정리 해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혀도 사용자가 정리 해고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 협의는 한 것으로 인정돼 왔다. 합의가 아닌 협의 조항은 오히려 사용자에게 해고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해고를 하겠다는 의사를 성실하게 전달할수록 사용자의 '성실 협의' 의무는 다한 것이 되는 절망 속에서 해고 노동자들은 유서 한 장 쓸 힘도 없이 죽어갔다. 노사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응하지 않았다고 노동조합을 비난한다.
마찬가지로 서울시가 6개월 동안 청년 수당 필요성을 중앙 정부와 협의했고, 법률상 합의 사항이 아니라면 사회 보장 위원회를 통해서 조정하면 될 일을 무슨 근거로 중단시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시장에서의 최소 개입과 규제 철폐를 주술처럼 외우면서, 한편으로는 단위 사업장의 노사 관계와 자치 단체의 복지 사업까지도 중앙정부에서 규제하는 현정부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역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적어도 박근혜 정부는 자주적인 노사 관계와 지방 자치라는 근대 민주주의의 두 영역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큰 정부'임에 분명하다.
일찍이 간디가 망국에 이르는 7대 죄악 중 으뜸은 '원칙 없는 정치'라고 했거니와 우리는 결코 망국 동맹에 가담할 수 없다. 법을 지키지 않는 자에게 '무분별한 현금 살포'를 중단하고 그럴 예산이 있으면 공공 부문의 청년 일자리를 하나라도 늘리는 것이 정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아닌가. 공공 부문 노동자들이 예비 노동자인 청년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 싸워야 하는 분명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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