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짓말, 팩트 체크 해보니…

"나토 자동 개입 재검토" 발언도 논란

21일(이하 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후보 수락 연설로 공화당 전당대회가 막을 내렸다. 트럼프 후보는 이 연설의 상당 시간을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사용했다.

그런데 트럼프 후보는 여러 부분에서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해 이들을 비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피>통신은 '팩트 체크'(Fact Check)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후보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후보는 우선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범죄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후퇴했다며, 지난해 미국의 50개 대도시에서 살인사건이 17%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지난 25년 동안 가장 큰 증가 폭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신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2015년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트럼프 후보가 지난 1월 미국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가 내놓은 분석을 가지고 살인이 증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역사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현재 살인은 상대적으로 적게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신문에서 발표한 50개 도시에서 살해당한 사람 수가 1991년의 절반 정도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후보는 임무 중인 경찰이 살해당하는 경우가 지난해에 비해 50%나 더 많아졌다면서, 최근 흑인에 의해 경찰이 사망한 사건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통신은 '전미경관기념기금(National Law Enforcement Officers Memorial Fund)'에서 사망자 수를 매일 확인할 수 있다면서, 올해 6월 20일을 기준으로 67명이 사망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6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물론 총격에 의한 사망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올해는 32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8명이었다"라면서도 "사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경찰은 미국의 거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2013에는 109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1956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였다"고 밝혔다.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후보는 오바마 정부에 날을 세웠다. 그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국경을 넘은 불법 이민자 수는 이미 2015년 전체 이민자 수를 초과했다"면서 "공공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려되지 않은 채 수만 명의 사람들이 우리의 커뮤니티로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신은 이에 대해 "(불법 이민자가 감옥에서 석방되는 것은)오바마 정부가 아니라 연방 법원의 결정이다. 연방법원은 불법 이민자의 부모와 아이들을 함께 20일 이상 감옥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달 초에 열린 항소 법원에서는 부모는 구금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내보내야 한다고 판결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불법 이민자 수에 대해서도 "올해 이미 2015년 전체 이민자 수를 초과한 것은 맞지만, 2014년 수치보다는 낮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시리아 난민 수용을 550% 늘리자고 주장한 것과 관련, "(클린턴 전 장관은) 그들이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보는 검증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가치와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만 들어오도록 허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신은 "정부는 난민들을 조사한다.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도 확인한다. 국토안보부가 이러한 전 과정을 이끌고 있다"면서 "난민들은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지문을 비롯한 다른 생체 정보들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문제와 관련, 트럼프 후보는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했던 8년 전과 비교해보면 1400만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떠났고, 오바마는 거의 국가 부채를 2배로 늘렸다. 액수로는 19조 달러이며,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통신은 "미국 인구는 8년 동안 증가했다. 나이가 들고 사람들이 은퇴했으며, 젊은 사람들은 학교에 있는 기간이 길어졌다. 실업률은 4.9%다. 트럼프가 말한 것처럼 암울하지 않다"고 대응했다.

통신은 "노동력 참여 비율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 1기 집권 때 65.7%였고, 지금은 62.7% 정도다. 이는 은퇴가 반영된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 부채의 경우 2배가 아니라 36%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은 "이는 조지 부시 공화당 대통령의 집권 때와 거의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국가 중에 하나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통신은 "미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국내총생산과 대비했을 때 세수의 비중이 4번째로 낮은 국가"라며 "미국보다 비율이 낮은 곳은 칠레, 남한, 멕시코뿐"이라고 밝혔다.

▲ 21일(현지 시각)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후보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맹국이 공격을 당할 경우 자동으로 개입하는 조항을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 나토 사무총장을 비롯해 관련국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1일 트럼프 후보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인 발트 3국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나라가 미국에 대한 의무를 다했는지를 검토한 뒤에 방어에 나설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나토 규약에는 동맹에 대한 공격을 나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공동 방어에 나서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의 발언은 나토에 대한 기여도가 약하거나 분담금이 적거나 혹은 미국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동맹은 공격을 받더라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동맹국 간 연대가 나토의 핵심가치"라면서 "유럽 안보에 좋은 게 미국 안보에도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질문에 오르내렸던 발트 3국 중 한 곳인 에스토니아의 투마스 헨드릭 일베스 대통령은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국내총생산(GDP)의 2%를 부담하도록 한 규정을 지키는 유럽 5개국 중 하나이며, 9·11테러 이후에 5항이 처음 발동됐을 때에도 의무를 다했다"면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우리 동맹국 모두에게 동등하게 헌신하고 있다. 그게 동맹국을 동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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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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