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교통사고, 가볍게 보지 마세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드러나지 않는 내상 치료

"교통사고 환자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 외에도 후유증과 충격으로 인한 내상이 큽니다. 이를 모두 회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안 아프다고 무리하지 마시고 휴식과 영양 섭취에 관심을 가지세요."

2016년 6월말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는 2146만 대. 인구의 거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자연히 교통사고 환자를 꽤 자주 봅니다. 뼈가 부러지거나 크게 다친 경우 병원에서 일정 기간 입원 치료를 받지만, 증상이 그보다 가볍거나 생업을 포기할 수 없는 분 중에는 일상을 유지하며 치료를 병행하는 분이 있지요.

누가 봐도 크게 다친 분은 드러난 증상이 다 나을 때까지 치료도 받고 요양에 충실한데, 검사 결과 크게 다치지 않은 분은 사고 전과 똑같이 생활하며 아픈 증상만 치료하고, 좀 나으면 치료를 중단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교통사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다친 경우와 조금 다릅니다. 쉽게 말해 누구에게 맞거나, 뛰다 넘어지거나, 사람끼리 부딪쳐 삐고 멍 들어 아픈 증상과 통증 정도나 모습이 비슷하더라도, 실제로는 전혀 다릅니다. 차량의 무게와 속도가 만들어낸 충격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의 몸무게는 몇 십 킬로그램 수준이지만, 대부분 자동차는 1톤이 넘습니다. 급정거한 차량에 살짝 부딪쳐도, 우리 몸은 그 무게와 속도의 영향을 받습니다. 차량의 여러 완충 장치는 그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합니다. 이 때 전달된 충격으로 우리 몸은 크게 요동칩니다. 마치 무협 영화에서 내가권의 고수가 날린 주먹을 맞으면 겉은 멀쩡하지만 내상을 입은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가벼운 충격으로 이렇게 몸을 상했다면, 대개의 검사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사고 후 입맛을 잃고, 피곤하고, 컨디션이 잘 회복되지 않는 환자가 있습니다. 충격으로 입은 내상을 복구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벼운 접촉 사고 정도야 문제가 없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이 발생한 사고라면 가능한 오래 쉬고, 담백하고 영양이 뛰어난 음식을 섭취해 우리 몸이 잘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우리 몸에는 뼈와 같이 단단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받은 충격은 사고 당시 관성으로 인해 관절에 과도한 부담을 줍니다. 이 때문에 훗날 관절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몸을 과하게 써서 아프면 '골병이 든다'고 하는데, 강한 충격을 받은 관절은 시간을 두고 조금씩 골병들 수 있습니다. 긴 시간에 걸쳐 생기는 일종의 후유증인 셈이지요.

따라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단순히 몸의 통증을 회복하는 것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됩니다. 전반적인 생활의 강도를 늦춰, 사고 충격으로 인해 손상된 몸이 충분히, 그리고 잘 회복하도록 치료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간이 흐른 뒤 발생할 후유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몸이 아파도 당장 생업을 멈출 수 없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당장 아픔만 덜하다면, 한시라도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욕심이 이해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고 후에도 꽤 오래 살아야 합니다. 충격으로 입은 내상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면, 상당기간 힘듭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내상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몸을 회복하길 권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