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더민주에 '사드 공세' 강화

김성식 "성주 배치하면 '새 미군기지'…국회 동의 필요"

국민의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관련, 박근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양 쪽에 대한 공세 수위를 가일층 끌어올렸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13일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의장은 "돈도 들어가고, 새 부지도 제공되는 것이니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북 성주는 미군기지가 아닌 한국군 기지다. 만약 성주로 결정한다면, 새 미군기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 주한미군 기지가 아닌 성주군 일원의 미사일 포대에 주한미군 전략자산인 사드를 배치하게 되면, 한국 영토의 일부를 외국 군대 주둔지로 새로이 제공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된다는 논리다.

김 의장은 "국민의당이 단편적으로 반대다, 찬성이다 하는 게 아니다"라며 "종합적 국익을 고려할 때 사드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래서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번 설치되면 되돌리기 어렵기에 지금이라도 공론화하고 바로잡자"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정부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사드인가 답해야 한다"며 "어제 국회 예결위 질의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드는 일개 포병 중대를 배치하는 문제일 뿐'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한민국 정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국민을 대신해 묻는다"고 공세를 폈다.

김 의장은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안보와 국익을 위해 사드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했다"면서 "우리 국익에서 외교 관계, 경제적 이익, 통일에 대한 기여는 어떻게 고려된 것인지 국민은 궁금하고 불안하다. 외교·통일·경제 관련 장관과 사드 배치 관련 언제 어떤 논의와 의사결정을 했는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국무회의의 의결이 있었는지,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토론이 있었는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장은 또 "사드는 군사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며 "많은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수천 문의 장사포와 다연장포대라고 주장하는데, 사드는 장사포와 다연장포에는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드는 미국 미사일방어(MD)의 일부"라며 "국민의당은 사드가 아닌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를 완성하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돈 문제도 한 말씀 드리겠다"며 "1조 원이 넘는 사드 배치 관련 비용을 미국이 다 부담한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은 해마다 9000억 원을 정부 예산으로 방위비분담금으로 주는 것을 안다. 정부에 묻는다. 진짜 '공짜' 맞나? 앞으로 더 분담하지 않는 게 확실한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연일 더민주를 겨냥하며 야권 내 선명성 경쟁을 이끌고 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어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에게 '60년 정통 야당이라면, 그리고 더민주 당사 사무실에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흉상과 영정을 모시고 있다면 사드에 반대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과 김 비대위 대표는 전날 국립극장에서 열린 연극 공연에서 마주쳤었다.

박 위원장은 "우리 당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철회(를 요구)할 것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며 "더민주에서 여러 가지 토론과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더민주가 조속히 반대 기류에 동참할 것을 간절히 바라고 특히 침묵하고 있는 유력 대권 후보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이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민주에 대한 공세를 폈다. 정 의원은 '친정'이라 할 수 있는 더민주에 대해 "국내정치적 시각을 가지고 국운이 걸린 문제를 정치적 이득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며 "유감"이라고 했다. "사드 배치 결정이 나기 전 국민 여론이 '사드 찬성'이 높다는 것에 영합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정 의원은 "더민주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인 대표가 보수인데, 박 대통령과 남북관계나 외교안보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이라며 "그렇다면 야당이 무슨 존재 이유가 있느냐. 박근혜 정부와 제1야당 수뇌부의 생각이 뭐가 다르냐. '정권 교체'를 주장하고 있는데, 도대체 정권 교체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맹공을 폈다. 그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강행한 것도 무능하고 무책임한 일이지만, 제1야당의 자세도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며 "야당이기를 포기한 입장"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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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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