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성명 "사드, 국회 비준 받아야"

"얻는 것보다 잃는 것 커…국민투표도 검토해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0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성명을 내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심각하게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또한 "기본적으로 이 사안은 영토와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만 한다. 이미 평택 미군기지의 전례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사드 배치는 전적으로 옳거나 전적으로 그른 문제가 아니다. 배치에 따른 득과 실이 있으며, 얻는 것의 크기와 잃는 것의 크기를 따져봐야 한다"며 "저는 잃는 것의 크기가 더 크고,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점들이 있다"며 사드의 성능 미검증 문제, 비용 부담 문제, 대중국 관계 악화 문제, 사드 전자파 문제 등 네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 대표는 사드의 성능 문제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설이고, 실전 운용에 요구되는 신뢰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비용 문제에 대해 그는 "수조원의 비용을 결국 우리가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 대해서는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고, 전자파로 인한 국민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첨예한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사드 배치 문제는 최소한 국회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다. 우리 헌법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1991년부터 특별조치 협정(SMA)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비의 약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드 운용비 1조5000억 원 중 절반 가량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사드 배치 부지도 우리가 제공해야 하는 만큼, 엄청난 재정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국제 문제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한국이 사드부대 토지 공여 협정과 사드 운용 비용비 부담 협정을 미국과 체결하는 것은 모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안 전 대표 성명서 전문.
박근혜 정부와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 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는 단순히 군사 ·안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외교, 그리고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북한은 핵과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그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 동안 누누이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모든 무력도발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 북한은 핵무기만으로는 자신의 군사안보와 미래가 보장될 수 없음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북한을 비핵화의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일관성 있는 북한의 핵 ·미사일 반대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 튼튼한 안보의 토대 위에서 사건으로서의 통일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전적으로 옳거나 전적으로 그른 문제가 아니다. 배치에 따른 득과 실이 있으며, 얻는 것의 크기와 잃는 것의 크기를 따져봐야 한다. 저는 잃는 것의 크기가 더 크고,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패트리엇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하층 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이다. 사드 체계는 더 높은 고도인 고층 종말단계에서 한 번 더 요격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점들이 있다.

첫째, 사드 체계의 성능 문제이다.

미국 내에서도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설이고, 실전 운용에 요구되는 신뢰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둘째, 비용부담의 문제이다.

정부는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드 배치와 운영·유지비용은 미국이 전액 부담하며, 한국은 부지와 기반시설 등만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 미국의 대선 등 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수조원의 비용을 결국 우리가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한다.

셋째, 대 중국관계 악화이다.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0년 마늘파동 등 중국은 우리에게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적인 대북제재에 공조해왔던 중국의 이탈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대응력을 강화하려는 사드 배치가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를 돕는 역설적인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언론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사드 배치의 대가로 중국을 확실한 북한의 후견국가로 만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넷째, 사드 체계의 전자파로 인한 국민의 건강문제이다.

만약 배치를 강행한다면 후보 지역에서 첨예한 갈등을 유발할 것이며, 오랜 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드 배치는 단순한 군사 ·안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문제, 외교문제 그리고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먼저, 관련 상임위인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가 공동으로 상임위를 소집(연석회의, 국회법 63조)하여 논의해야 한다. 사드 배치의 장 ·단점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께 소상히 알려드려야 한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예산을 증액하고 기술개발을 앞당기는 등의 여러 대안도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회의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원위원회(국회법 63조의2)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사안은 영토와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만 한다. 이미 평택 미군기지의 전례가 있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생존 나아가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국가적 의제이다.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심각하게 검토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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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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