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망한 기업'을 '성공 사례'로 본 받으라고…

'더 나은 쥐덫의 오류' 인용하며 '신제품 개발' 역설

박근혜 대통령이 창의성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 및 서비스의 고품질화를 언급하며 '쥐덫 회사' 비유를 내놓았다. 문제는 이 비유의 원 뜻과 정반대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고 "우리는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외 지향적인 개방 정책을 선도하는 국가로 탈바꿈해서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며 "이것은 결국 우리의 장점인 창의성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과 서비스의 고품질화를 통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 회의 주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많은 얘기를 하겠지만 그 저변에는 이런 정신이 계속 흘러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 오늘 이 회의 주제와 관련해서 생각이 나는 어떤 시인의 유명한 글귀가 있다"며 미국의 시인인 랄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글을 인용했다.

박 대통령은 "만약에 당신이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좋은 설교를 하고, 더 좋은 쥐덫을 만든다면 당신이 외딴 숲속 한가운데 집을 짓고 산다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은 당신의 집 문 앞까지 반들반들하게 길을 다져놓을 것이다"라고 싯귀를 인용한 후 "여기서 쥐덫은 지금으로 말하면 제품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그런데 미국의 울워스(Woolworth)라는 쥐덫 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만든 쥐덫은, 한 번 여기에 걸린 쥐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잡을 수가 있었고 또 거기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예쁜 모양의 위생적 플라스틱 쥐덫으로 만들어서 발전을 시켰다는 것이다"라고 울워스의 사례를 성공 사례인 것처럼 인용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쥐덫을 그렇게 상품으로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이런 정신은 우리가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다고 본다"며 "(세계 경제 흐름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겠지만 우리가 이것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더 나아가서 초월하는 길이 있다, 그 궁극적인 방법은 독특하고 새롭고 최고의 서비스, 최고의 상품, 질 등을 지향하는, 다시 말해서 이런 것을 지향하는 상품, 서비스 그 다음에 어떤 발상의 전환 이런 것들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 산업통상자원부 SNS.

박 대통령이 언급한 이 사례는 경영학에서 빈번하게 언급되는 "더 나은 쥐덫의 오류(Better Mousetrap Fallacy)"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이론의 취지는 박 대통령의 인용 취지와 정 반대다. 제품의 성능과 품질만 좋으면, 고객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잘 팔릴 것이라는 '제품, 기술 중심적 사고의 오류'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 사례로 인용한 울워스 사의 '더 나은 쥐덫'은 실패했다. 쥐덫을 계속 사용하려면, 이미 죽어있는 쥐를 버리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불편해 결국 소비자들은 한번 쓰고 버리는 '구식 쥐덫'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0년에 올린 트위터 내용을 봐도 '더 나은 쥐덫의 오류'는 기업의 실패 사례를 설명하는 것으로 돼 있다. '더 나은 쥐덫의 오류'는 구글 검색창을 통해 검색을 해봐도, 그 의미와 사례들이 적지 않게 나온다. 에머슨 시의 구절이 함께 인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무역투자진흥회의는 전국에 녹화 방송으로 중계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말뫼의 눈물'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 6월 13일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조선업과 해운업의 위기를 언급하며 "구조 조정이 아무리 힘겹고 두렵더라도 지금 해내지 못하면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인 조선 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골리앗 크레인이라고 불리던 핵심 설비를 단돈 1달러에 넘긴 '말뫼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뫼의 눈물'은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말뫼의 터닝'으로 불린다. 조선업 붕괴 이후 세계적인 에코 도시로 변신에 성공,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말뫼의 성공 스토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런 사정까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본인의 실수라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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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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