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회의, 속기록도 자료도 없는 유령 회의?

野3당 "자료제출 최종 거부하면, 청문회·국정조사 실시"

부실 기업인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토록 압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회의 내용이 공개되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청와대 서별관회의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주요 인사가 국정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기록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별관회의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산업은행 회장 등이 참석해 열리는 비공개 경제 금융 점검 회의를 일컫는다. 청와대 본관 서쪽 별관에서 열린다고 해 '서별관회의'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그러나 회의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는 이 자리에서 중요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고, 심지어 오판에 의한 부실 기업 지원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등에서는 서별관회의 관련 자료 제출 요구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정무위 소속인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서별관회의 내용이 무엇인지 소명을 해야 잘못된 구조조정을 바로잡을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결정한 서별관회의 내용을 국회에 제출하라"고 요구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서별관회의가 "서별관회의 속기록이나 발언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임 위원장은 "서별관회의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논의하는, 정제되지 않은 회의이기 때문에 해당 내용이 공개되면 곤란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별관회의 멤버 중 한 명이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현 AIIB 부총재)이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4조2000억원 투입이 결정됐다고 폭로한 것과 다른 얘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각 기관이 보고한 후엔 안건을 회수해 가기 때문에 기재부가 (서별관회의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비공개 논의하는 것을 공개할 경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자료 제공을 거부하면서 서별관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여부는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30일 자료 제안이 최종 거부될 경우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무위, 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들(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정무위와 기재위원들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에 협조하고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원인규명을 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최소한의 정보 공개를 요구한 것"이라며 "야당이 백번 양보하여 특정사안에 대한 제한적 인원의 비공개열람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이마저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은 이 당연한 야당의 요구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폄하하며 거부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며, 향후 구조조정비용을 감당해야 할 국민을 무시하는 작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야당의 최소한의 자료 열람 요구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거부 행태는 왜 이 사태에 대해 청문회와 국정조사가 실시되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에 야당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대우조선해양 지원 관련, 기재부·금융위·금감원·한국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서별관 회의에 참석한 기관들이 제출한 자료 일체의 공개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를 계속 거부할 경우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추진 할 것임을 밝힌다.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정부와 여당이 감추려는 진실과 두려워하는 배경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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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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