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부, 울고 싶은데 브렉시트가 뺨 때려?

'최저 임금 인상' 힘 빠지고, '슈퍼 추경' 논의 급물살?

지난 24일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되면서 정부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가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비전 이행 실패와 같은 '심적 부채'를 털고,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명분을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날,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0.3%포인트 낮춰 제시했다.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마치 브렉시트로 인한 경기 침체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묘한 타이밍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야말로 "울고(경기 침체) 싶은데 따귀(브렉시트)를 때려준 셈"이라는 것.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브렉시트를 비롯한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와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안보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구조 조정을 본격 추진해야 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제 더 머뭇거리고 물러날 곳은 없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과 관련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예고로 들린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민의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야 하겠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서 마련한 구조 조정 계획과 보완 대책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수석들이 철저하게 챙겨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28일 대통령 직속 기구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는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이 논의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관련해 "재정 등 거시 경제 정책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경기 흐름을 보완"할 것을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회복시키는 방안인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된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은 "(우리는) 재정 건전성이 높은 수준으로 시장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만큼 대내외에 우리의 대응 역량을 충분히 알리는 적극적인 노력도 병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재정 여력이 있다는 말이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등 총 12조 원 규모의 자본을 국책 은행에 투여하는 데 이어서, 수십 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날 '브렉시트의 불확실성 차단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2016 추경 편성 방향 제언' 보고서를 통해 11조5000억∼26조 6000억 원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상황이 관건인데, 정부는 브렉시트 여파 등을 명분으로 추경 편성과 관련해 야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미 추경 편성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오는 28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고시 과정에서도 기업의 입김은 세질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을 벗어난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가 기업 측의 논리를 수용하는 등, 최저 임금 대폭 인상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최저 임금은 6030원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등 환노위 소속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 임금은 7000원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나아가 증세 논란, 노동법 개편 논란 등에서 보다 더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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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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