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가진 것 없는 청년은 어쩌라고?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주택 연금, 평생 집 장만에만 매달려라?

인구 대국 중국의 인구 노령화가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421가구' 문제 역시 심각해지고 있어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21가구'란 한 쌍의 부부가 4명의 노인과 1명의 자식을 부양하는 것으로, 중국이 1979년부터 실시한 산아제한정책이 낳은 새로운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2년 전 역모기지론 방식의 양로 보험 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그리고 이번 달 말이면 이 제도의 시범 시행이 막을 내린다.

역모기지론 방식의 양로 보험 제도란?

역모기지론 방식의 양로보험 제도란 본인 소유의 주택을 보험사에 저당 잡혀 일정한 금액을 사망 시까지 받고, 이후 보험사에서 주택을 처분하는 제도다. '집으로 노후를 보장받다'라고 하여 '이팡양라오(以房养老)'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미국의 역모기지론, 우리나라의 주택 연금과 같은 것이다.

세 나라 모두 용어는 달리하지만 의미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 계약을 체결한 뒤 일정 금액을 연금 형식으로 수령하는 장기 주택 저당 대출이다. 이는 일정한 연령층 이상만 가입이 된다는 점, 생존 시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주택 담보 대출과 구분된다.

시장의 반응은?

역모기지론 방식의 양로 보험 제도는 중국 전역에서 실시된 것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한국처럼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에 착안하여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높고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广州), 우한(武汉) 등 4개 도시를 시범 지역으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2014년 7월 1일부터 2016년 6월 30일까지 2년 동안, 주택을 소유한 60세 이상의 은퇴자를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올해 5월 20일 기준, 역모기지론 방식의 양로 보험 가입 신청 건수는 총 59건으로, 가입이 완료된 건수는 35건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베이징 12건, 상하이와 광저우가 각각 11건, 우한이 1건이다. 현재 베이징의 60세 이상 인구가 매일 약 500명씩 증가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

보험사의 참여율 역시 저조하다. 보험사의 경우 부동산 가치 평가 문제, 부동산 가치 하락, 불완전한 토지 제도 등 리스크가 높다고 보아 참여를 꺼리고 있다. 현재 유일하게 씽푸(幸福)생명보험사만 참여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전 씽푸생명보험사의 회장이자 현 중국부동산개발그룹의 이사장 멍샤오쑤(孟晓苏)가 이 제도의 도입을 줄곧 주장하였기 때문에 씽푸생명보험사가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다른 보험사들은 아직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기상조인 양로 보험?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이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다수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도에 대한 확신이 없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강하게 뿌리박혀 있는 중국인의 전통적 관념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관념이 강하다. 남자가 장가가려면 꼭 집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주택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요즘에는 집을 꼭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전통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을 노후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 아직 중국 정서에는 맞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듯이, 중국은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관념이 강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자녀에게 쏟아붓는 것이 곧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굳이 이 제도가 필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중국 정부, 먼 미래를 위해

사실 이러한 전통적 관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중국 정부이다. 이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씽푸생명보험사의 양로 보험에도 잘 드러나 있다. 씽푸생명보험사는 자녀가 없거나 외동 자녀를 잃은 고령자를 주요 고객층으로 삼았다. 결국 중국 정부는 가까운 미래가 아닌 먼 미래를 위해 이 제도를 고안했을 것이다.

이번 달로 시범 운영이 끝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2년 말 1억9400만 명에서 2016년 말 2억1600만 명으로 증가하고 2050년이 되면 65세 이상의 노년 인구가 총 인구의 30%를 초과하여 약 4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매일 3만 명 이상이 노년 인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역모기지론 방식의 양로보험이 가까운 미래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나중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지금부터 선전을 시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2007년 출시된 주택 연금이 외면을 받았지만 경기 침체, 저금리 등으로 노후가 불안해진 지금 가입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머지않아 중국 역시 중국 정부의 계획대로 가입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00세 시대를 사는 한중 청년들은

그러나 이는 한국이든 중국이든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는 매우 무책임한 정책일 수도 있다. 중국에는 팡누(房奴)라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집을 사기 위해서는 쉬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고 꼬박 30년 동안 일만 해야 하는, 집의 노예가 된 도시민을 빗댄 신조어이다. 이 제도는 자칫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주택이 노후를 위해 가장 안정적인 자산이고, 주택에 투자하는 것이 곧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니 집의 노예가 되어라'라고 비춰질 수 있다.

30여 년을 주택의 노예로 살다가 이 주택으로 노후를 보장받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100세 시대를 사는 한중 청년이 주택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양국 모두 100세 시대에 걸맞은 사회 보장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신금미 교수는 현재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통상산업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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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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