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건 적대의식"

[토론회] '대북 제재론'이 짓누른 6.15 16주년

학자들은 "난감하다"고 했다.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북한과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심 없는 미국과 한국 정부에 가로막힌 탓이다. 야당 정치인들은 '난감했다'. 남북문제에 보수적인 당권자들 탓이다.

6.15 남북정상회담 16주년 기념 행사위원회의 주최로 9일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와 햇볕정책' 토론회 분위기는 그랬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한국은 현재 제재에 올인하고 있다"며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북한의 정권 교체에 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입장은 한국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전략'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미국은 한반도 통일이 한국만큼 절박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북한 붕괴론에 근거한 한국 정부의 통일론과 달리 "미국이 원하는 북한은 '적대국'으로서의 북한이지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한 북한도, 붕괴된 북한도 아닐 것"이라는 설명이다.

어느 쪽이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왕이(중국 외교부장)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 방안에 북한이 동조하는 것도 아니다. 진 교수는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은 결코 핵포기와 연결된 평화협정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북핵 문제 관련국들의 이해가 이렇게 엇갈려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적대의식"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도 큰 위협이지만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동시에 특정한 국가나 국제사회에 강렬한 적대의식을 가지고 있을 때 진정으로 무서운 위협성을 지니게 된다"고 했다.

진 교수는 "북한의 적대의식은 이미 극도의 상태에 달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북한의 핵문제가 극히 위험한 성격을 띄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추진을 실현하자면 남북한과 미국 등 관련국들의 공감대 형성과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적대의식 해소를 함께 이루어 나가야한다"고 했다. 또한 "북한의 적대의식을 해소시키기 위한 유일한 경로는 경제 교류를 통한 북한의 국제사회 융합밖에 없다"고 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도 "박근혜 정부는 붕괴론의 시각에서 제재를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본다"며 협상론인 '왕이 이니셔티브'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이끌며 '이란식 북핵 해법'을 주장하는 미국의 기조에 대해서도 "(이란식 해법은) 강력한 제재가 아니라 적극적 외교의 결과였다"며 "제재의 압력으로 핵무기를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은 일방적이고 근거가 없고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교착 상태를 빠져나갈 출구 전략으로, 김 교수는 ▲핵 문제와 남북관계의 분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리 ▲정부와 민간의 분리를 제안했다.

장기적 과제인 핵문제 해결과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현안을 분리하고,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를 통제하지 말아야 하며, 민간 분야의 북한 접촉을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핵을 움켜쥐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정면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라며 "사소한 국지적 마찰이 심각한 사태로 확전될 수 있는 위험성마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북한이 군사적인 행동을 한다면 파멸적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제재나 군사적 수단과 같은 강압적인 어떠한 수단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과 북한의 핵 포기를 맞바꾸는 빅딜을 가능하게 하기 이해서는 협상하는 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현시점에서 비핵화와 평화협정 교환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 유예-한미군사훈련 축소, 핵동결-군사훈련 중지 또는 연기, 핵동결-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 시작 등을 우선적으로 또는 병행적으로 추진" 등 낮은 단계의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핵문제에만 올인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며 북한이 제안한 군사회담 등에 적극적인 검토를 주문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국민의당 정동영, 정의당 노회찬 의원 등 야3당의 정치인들이 참석해 20대 국회의 남북관계 해법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공히 한반도 비핵화를 외교적, 평화적,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등의 원론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론이 아닌 사견"이란 전제를 붙였다.

이들에게 되돌아간 질문은 '김종인 더민주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것. 북한 궤멸론을 언급했던 김 대표와 안보와 민생 분리론을 펴는 안 대표가 이끄는 당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진짜 있느냐는 의구심이다.

홍익표, 정동영 의원은 "당의 입장은 정강정책으로 확인 된다", "당의 기본정책이 바뀌진 않는다",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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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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