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국인 희생" 언급, 위령비는 찾지 않아

히로시마 평화공원서 "71년 전 하늘에서 죽음이 떨어졌다"

일본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오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위령탑에 헌화하고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그의 방문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1945년 8월 6일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71년 만의 행보다.

당시 원폭 투하로 총 1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중 2만 명은 한국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인 희생자를 언급하기는 했으나, 평화공원에서 걸어서 2분 거리인 한국인 위령비는 찾지 않았다.

이날 오후 5시 25분 경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나란히 평화공원을 걸어 희생자 위령비에 도착했다. 그 후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차례로 위령비에 헌화한 뒤 묵념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헌화 후 위령비 앞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71년 전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한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언급하는 한편 자신이 주창한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곳에서 죽은 수십만 명의 일본인과 수천 명의 여성, 어린이, 그리고 수천 명의 한국인들의 영혼이 우리에게 말한다"며 "71년 전 하늘에서 죽음이 떨어졌다. 인간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방법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동안 6000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며 "우리는 얼마나 쉽게 숭고한 목적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며, 과학적 발견이 얼마나 쉽게 보다 효율적인 살인 기계들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 도시에 우리가 서있다. 폭탄이 떨어졌던 순간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라며 "단순한 몇 마디로는 그 고통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연설 마무리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더 이상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삶을 끝내는 과학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향상시킬 과학의 발전을 원한다. 평화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소감을 발표한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화해와 신뢰, 우정이란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새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는 "나와 오바마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때의 원폭 투하 때문에 희생된 모든 사람에게 애도를 표했다"며 "미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을 만들어내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고 말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7일(현지 시각) 일본의 2차대전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평화공원 방문과 관련해 중국은 난징 대학살을 상기시키며 "히로시마는 주목받을 가치가 있지만, 난징을 잊으면 더욱 안 된다"라고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동정을 받아야 하지만, 가해자는 영원히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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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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