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아베, 오키나와 성난 민심 서둘러 미봉

미일 정부 소파 개정 요구에는 난색

두 달 만에 다시 만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중국 견제도, 북핵 문제도 아닌 미국 군무원의 일본인 여성 살해 사건이었다. 일본의 성난 민심을 어떻게 달랠지가 양국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25일 미일 양국 정상은 일본 미에(三重)현 이세시마 지역의 한 호텔에서 1시간 5분가량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 오키나와 사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단호히 항의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실효성 있는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면서 "일본법에 의해 제대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답했다.

▲ 25일 밤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왼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앞서 지난 19일 오키나와에서 미국 해병대 출신 군무원이 20세의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 그래도 미군기지를 이전하라는 입장을 보여왔던 오키나와 주민들은 이번 사건 이후 모든 미군 기지의 문을 닫으라며 강력한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에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 정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미국 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고,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피해자 장례식 참석차 오키나와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키나와 내 주일미군의 최고 책임자인 로런스 니콜슨 오키나와지역조정관에게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양국 정상이 계획돼있던 26일 오전 회담을 25일 밤 9시 30분으로 앞당긴 데에도 이같은 일본 내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오키나와 사건에 대한 일본 내 반발이 더욱 확대되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廣島) 방문을 통해 미일 간 유대를 보여주려는 시나리오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어서 정상회담을 하루라도 일찍 열어 사태 조기 수습을 도모하려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정상이 오키나와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간 주일미군 범죄가 벌어질 때마다 미국 고위관리의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약속이 있었지만 유사한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0일 오키나와 주민들이 오키나와 내에 있는 모든 기지를 폐쇄하라며 미국 군무원의 여성 살해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사건으로 일본 내에서는 미군과 군무원에게 특권을 보장하는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양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상들의 기자회견으로는 일본 전역으로 퍼진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양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지력 및 방위능력 강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추진 중이 미사일 방어체계(MD) 구축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예정된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전쟁에서 숨진 모든 이들을 추모하고, 핵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일의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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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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