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페이퍼' 1위 중국…탈세 근절 가능할까?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국제 공조는 대세, 과세권 전쟁 경계해야

올해 4월 초 세계 부호들의 조세회피처 이용 실태가 담긴 파나마 문건(파나마 페이퍼스, Panama Papers)이 공개되자 세계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대륙답게(?) 중국인이 가장 많은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중국인 대부분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중국 언론에서 집중 보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百度, baidu)에서도 쉽게 검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 검색을 해본 결과 "panama papers, 巴拿马 papers, 巴拿马文件"으로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았다. 그나마 "banama 文件, 巴拿马 paper"로 검색이 되었지만 중국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중국은 왜 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을까? 탈세에 관대하기 때문에? 최근 중국이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탈세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이 결코 탈세에 관대하지는 않다. 아무래도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习近平)의 매형인 덩자구이(邓家贵)와 중국 최고권력기구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친인척들이 연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세금을 회피했나?

그렇다면 이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탈세를 했을까? 파나마를 예로 들어 간략히 살펴보자.

파나마는 자국 영토에서 번 소득에만 세금을 매기고 다른 나라에서 번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이러한 파나마의 정책으로 세계 부호나 다국적기업은 파나마에 자회사인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 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세운다. 그리고 마치 모회사와 거래가 있는 것처럼 거래가격을 조작한다. 이를 전문용어로 '이전가격' 조작이라고 한다. 이전가격이란 다국적기업이 해외 계열사와 원재료, 제품, 용역 등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가격을 뜻한다.

다국적기업은 법인세율이 낮거나, 파나마와 같이 외국에서 번 소득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국가에서 많은 이익이 나도록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탈세를 하고 있다. 즉 한국에 있는 모회사가 파나마에 있는 자회사로부터 원재료를 아주 비싼 값에 구입할 경우, 모회사는 수익이 줄어들어 한국에서 법인세를 적게 낸다. 동시에 외국으로부터 큰 수익을 올린 파나마에 있는 자회사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정보 공유

이처럼 다국적기업 계열사 간 이전가격 조작으로 탈세가 가능한 이유는 국제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전가격 정보는 물론, 국외에 있는 자회사 혹은 모회사의 과세정보를 과세관청이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국, 호주 등은 이 같은 방법으로 탈세를 행하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하여 자국의 소득세법을 개정하는 등 개별국가 차원에서 적극 대응했지만 정보 부족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조세회피를 방지하지 못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 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국제적인 공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탈세 잡는 BEPS

OECD는 G20과 손잡고 2012년부터 다국적기업이 각국 조세제도의 이점만을 취하여 관련 국가의 세원을 잠식하고 과세소득을 부당하게 이전시키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의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리고 2015년 10월 초 OECD와 G20이 합동으로 "BEPS 관련 15개 액션 플랜" 최종보고서를 발표하였고,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이를 승인하였다.

15개 액션 플랜은 조세조약 남용 금지, 유해 조세제도 폐지, 이전가격 세제 강화, 이전가격 문서화 등 15개의 국제적 공동대응 방안을 담고 있다. 그리고 현재 15개의 액션 플랜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BEPS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지난 11일~13일(현지 시각) 베이징(北京)에서 제10차 조세행정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조세행정포럼은 OECD 산하의 재정위원회에서 여는 회의이다. 재정위원회는 국제적인 이중과세 및 탈세방지를 위한 통일적인 과세지침 제정과 당국 간의 공조 강화를 위해 설립되었다.

이번 포럼에서 중국은 캐나다, 인도, 이스라엘, 뉴질랜드와 함께 '국가별보고서 자동교환을 위한 다자 과세당국 간 협정"에 서명했다. 이로써 39개의 국가가 협정에 서명을 하였다. 동 협정은 앞서 살펴본 이전가격 정보와 관련된 것으로 협정에 따라 중국에 있는 다국적기업은 이전가격 국가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협정 서명국인 39개 국가는 이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어 이전가격에 대한 정보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서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국가별 보고서가 국가별 매출액과 영업액은 물론 각국 세금 납부 실적까지 담고 있어 자국의 다국적기업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아직 서명을 주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OECD 회원국이자 G20 국가인 한국과 미국은 시기상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서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국의 다국적기업을 보호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느니, BEPS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이상 중국처럼 협정에 서명하고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과세권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BEPS 프로젝트는 분명히 국제적인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BEPS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고 하여 조세회피가 근절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BEPS 프로젝트의 핵심은 다국적기업의 탈법적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과세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결국 각 나라가 BEPS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은 자국에서 더 많은 세금을 내라는 것으로, 오히려 과세권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쟁탈전 사이에서 피해는 기업이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이든, 중국이든 국제적인 대세를 따르면서도 자국의 다국적기업이 과세권 쟁탈전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BEPS 프로젝트를 기업에 적극 홍보하여 잘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신금미 교수는 현재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통상산업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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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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