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캐시카이 추방으로 명예 회복?

"조작 장치로 인증 통과" 철퇴, 산자부 넘어설까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5적' 중 정부 부처로는 유일하게 지목된 환경부가 '배기가스' 규제로 명예 회복을 노린 것일까?

'클린 디젤'에서 '더티 디젤'로 전락한 디젤 차량에 대해 환경부가 유럽연합(EU)보다 엄격한 잣대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9월 전 세계를 강타한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미국 당국에 의해 촉발된 것에 비유해, 한국의 환경부가 '제2의 디젤게이트'를 연출하는 주역이 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환경부는 16일 국내에 유통 중인 국산, 수입 디젤 차량에 대한 배기가스 측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특히 닛산 캐시카이를 폭스바겐처럼 '배기가스 조작' 차량으로 지목했다. 캐시카이는 최근 유럽에서 매달 1만7000대씩 팔리는 베스트셀링 디젤차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 11일까지 국내에서도 814대 팔렸다.


▲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캐시카이 차량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실내외 모두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가 작동 중단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자부 "디젤차 규제 강화, 국산차 매출 영향 우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캐시카이는 엔진룸 흡기 온도가 35도만 넘으면 연비를 늘리기 위해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EGR)가 정지하도록 '조작'했다. 실험실 환경에서만 EGR이 작동하도록 '임의 설정'을 해서 6개월 전에 환경부 인증에서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실제 도로 주행 실험으로 측정해서 발견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부터 20종의 디젤 차량을 검사했다. 검사 결과 19개 차종이 실험실 인증 기준치를 웃도는 질소산화물(기준치보다 1.6~20.8배)을 내뿜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시카이는 실제 도로 주행에서 무려 실험실 인증 기준치의 20배를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을 뿜었다.

환경부의 판정에 대해 수입, 판매사인 한국닛산은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닛산은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유로-6 인증을 충족했듯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 절차를 통과했다"면서 "유럽연합(EU) 규제 기관 역시 닛산 차량에 배출가스 저감 장치에 대한 임의 설정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영국에서 지난 4월에 발표한 결과는 유로-5 캐시카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환경부에서 조사한 유로-6 차량과는 다르며, 유로-6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한 것은 우리 정부가 처음"이라고 반박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EU는 실험실 인증에서 임의 설정 자체를 문제삼지 않을 정도로 규제가 허술하기 때문에, EU에서 캐시카이의 임의 설정을 문제삼지 않았을 뿐이라고 보고 있다.

환경부는 열흘간의 공식적인 의견 청취 기간 동안 새로운 해명이 없으면 일정대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한국닛산에 3억3000만 원의 과징금과 함께 판매 정지 명령, 이미 판매된 814대에 대한 전량 리콜 명령을 예고한 바 있다. 캐시카이 차량에 대한 인증 취소와 다케히코 기쿠치 한국닛산 사장에 대한 형사 고발도 이뤄질 전망이다.

환경부가 규제의 칼을 번뜩이자, '규제 강화'를 막아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근원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산자부 관계자는 17일 "디젤 차량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수입차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규제 강화에 대해 주무 부처와 먼저 논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은 이미 '디젤 차량 추방'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산자부가 환경부의 칼날을 어느 정도 무디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캐시카이를 구입한 국내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바른은 일단 한국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 소유주 12명과 협의해 한국닛산, 국내 딜러사 등을 상대로 다음주 중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 이득 반환 및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 바른 측은 "소송에 참여하는 원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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